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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들의 "총성없는 전쟁"-르노삼성 부산공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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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 ""무결점 원칙"으로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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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들의 "총성없는 전쟁"
르노삼성 "무결점 원칙으로 공략"
[테마기획]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가다

공희정 기자 khj@ohmynews.com



1972년 GM코리아로 출발해 20년 전인 83년 대우자동차로 이름을 바꾼 대우차가 지난달 17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같은 날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군산' 창원 승용차 공장과 10개 해외법인으로 구성된 GM대우오토앤드테크놀러지(GM대우차)를 공식 출범시켰다.

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차가 GM대우차로 거듭남에 따라 한국 자동차 산업은 토종기업인 현대·기아차' 프랑스계의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 미국계의 GM대우차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바야흐로 이제 한국 자동차시장은 국내 기업간의 경쟁이 아니라 세계 유수의 자동차 기업들이 벌이는 글로벌 경쟁체제에 들어선 것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점유율 75.6%로 독점체제를 구축한 현대·기아차'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인 미국의 GM'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르노 등 쟁쟁한 외국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한국 시장을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오마이뉴스>는 11월 5일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르노삼성의 부산공장' GM대우차의 군산공장' 현대·기아차의 울산공장을 차례로 방문'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자동차 전쟁"의 그 이면에 담긴 풍경을 담아봤다. 그 첫 번째 순서는 올 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다.


▲ 르노삼성의 SM5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과 함께 하는 르노삼성

11월 초 매섭던 서울의 추운 날씨와 달리 부산은 따뜻했다. 김해공항에서 기자 일행을 처음으로 맞이한 것은 청명한 가을 하늘과 "르노삼성이 함께 하는 부산입니다"라고 적힌 대형 옥탑광고 글귀였다. 르노삼성이 부산경제 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그런지 르노삼성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지지와 성원은 남다르다고 한다.

부산에서 5년째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김경호(58)씨는 "르노삼성이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기여한 것을 생각해서라도 다음 번 차를 바꿀 때는 SM5로 바꿀 예정"이라면서 "게다가 부산 택시운전사들 사이에서 "르노삼성은 잔 고장이 없다"는 입소문이 많이 나있어 몇 년 후 부산 길거리에 르노삼성차만 보이게 될지도 모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르노삼성자동차
실제로 르노삼성은 출범 후 2년간 3000명의 임직원을 고용했으며 1만5000명의 간접적인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물론 제조분야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은 부산지역 출신이다.

부산경제가꾸기 시민연대 서세욱 사무총장은 "르노삼성이 재출범함으로써 죽어가던 신호공단이 다시 활력을 되찾아 부산 경제의 숨통을 틔워주었다"면서 "또 기대했던 것 이상의 실적을 냄에 따라 고용창출 효과를 이룩해 르노삼성은 명실공히 부산 최고의 기업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특징은 현대·기아차의 독주체제 구축' 대우차의 몰락' 르노삼성의 약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르노삼성은 출범 첫 해 승용차 시장점유율이 1.88%에 불과하던 것이' 2001년에는 5%대로 오르더니 2002년은 7~8%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SM5' SM3 합해 월 판매 1만2000대를 돌파'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1%라는 경이적인 판매신장을 달성했고' SM5의 총 누적 판매 대수는 20만대를 돌파해 국내 중형차 시장점유율 2위 자리를 굳히기도 했다.

향후 4~5개의 신 모델을 선보이며 더욱더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설 방침인 르노삼성은 현재 년 10만대 수준인 생산능력을 수년 내에 년간 5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생산량의 50%를 해외로 수출한다는 중장기계획을 단계별로 추진하고 있다.

부산광역시 강서구 신호공단 94만평 중 50만평 부지에 위치하고 있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2011년 완공 예정인 가덕도 신항만에서 4㎞' 김해국제공항으로부터 12㎞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동차란 기본적으로 2만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는 부품업체들의 네트워크 한가운데 있어야 하는데' 부산공장은 항만시설을 갖춘 데다 현대자동차의 터전인 울산과 기계공업도시 창원' 그리고 부산을 연결하는 트라이앵글의 한 축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 항공에서 본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 르노삼성자동차


한국 자동차 시장의 "태풍의 눈"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철저한 보안검색으로 유명하다. 방문자의 출입은 물론 공장 내에서 어떠한 사진촬영도 허가하지 않는다. 이날 공장을 방문한 기자도 공장 문을 나서는 그 순간까지 홍보실 직원과 함께 있어야 했다.

이날 안내를 맞은 홍보실 직원은 기자를 부산공장 남문에 위치한 본관으로 안내했다. 본관 앞에는 르노삼성을 상징하는 대형 조형물인 "태풍의 눈"이 자리잡고 있었다. 본관은 한마디로 "잘 나가는" 회사답게 최첨단 장비를 자랑하고 있었으며' 본관 1층과 지하1층에는 르노삼성을 선전하는 전시물이 있는 문화관이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홍보관 한쪽 구석에서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은 선생님의 인솔하에 세계 자동차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멋지게 꾸며진 전시실을 보면서 아이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공장 내부. 이것이 바로 르노삼성 생산성 향상의 숨겨진 비밀이다.

ⓒ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시설은 현재 2교대로 24시간 풀 가동하면 연간 최대 24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금은 1교대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어 연간 10만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2010년까지 2기 공장을 완공해 5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오전 10시 30분. 자동차의 외형을 만드는 첫 번째 공정인 프레스공장을 찾았다. 입구 위에 태극기와 프랑스의 삼색기가 같이 걸려있는 것이 눈에 띈다. 태극기와 삼색기의 조화는 공장 곳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어두침침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공장 안은 상당히 밝았다. 자연광이 공장 내부로 들어올 수 있도록 천장 일부를 유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공장 안이 환해서 그런지 기름에 절어있어야 할 자동차 공장 내부는 너무 깨끗했고' 공구들도 반듯하게 정돈되어 있다. 또한 방문객을 위한 통행로가 따로 설치돼 있어 견학하기는 편리했지만 현장 노동자들에게 말을 붙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홍보실의 홍기웅(30)씨는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정리정돈과 청결을 강조하던 버릇이 남아있어 그런 것도 있지만 작업 환경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품질제일주의를 강조하는 르노삼성의 기업정신"이라고 말했다.





ⓒ 르노삼성자동차

이어 찾아간 곳은 차체공장. 프레스 공장에서 만든 자동차 각 부분의 판넬을 용접기나 로봇을 이용해 용접하고 조립해 차의 기본 골격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 홍보실의 천영환 차장은 "승용차의 경우 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3600번 정도의 용접이 필요하지만 이곳에서는 221대의 자동용접로봇과 다양한 자동공정 설비를 도입해 전 공정의 95% 자동화를 실현하고 있다"면서 "이는 자동차 산업 역사상 최대의 공장 자동화"라고 자랑했다.

실제로 차체공장 내에서 사람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었다. 공장은 부품박스로 가득차 있었고 물류는 거의 자동화 시스템을 이용해 이동하고 있었다.

특히 이 차체공장에는 르노삼성이 자랑하는 독특한 선진기술인 IBS와 GRS를 운용 중에 있었다. IBS란 최대 2가지 차종의 8가지 모델을 한 라인에서 생산해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하며' GRS란 32대의 로봇이 500여점의 용접을 단 14.6m내에서 한꺼번에 처리하는 최첨단 생산방식을 말한다.

공장의 한 관계자는 "단일라인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M5와 SM3를 동시에 생산해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첨단 생산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산 공장 각 생산라인에는 작업자 누구라도 결함이나 이상을 발견하는 즉시 생산라인을 멈출 수 있게 하는 "라인스톱제"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르노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인 "무결점 생산주의 원칙"과 "품질제일주의"가 만들어 낸 제도"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공장 안에는 별다른 표어가 없었지만 "설비를 내 몸처럼! 점검은 습관처럼!" 이라는 문구는 곳곳에 붙어 있었다.



▲ 평균 연령 29세' 노동자들의 평균나이는 젊은 기업 르노삼성을 상징한다.

ⓒ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 평균 연령 29세' 젊은 기업 르노삼성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최대의 특색은 역시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이죠. 과거 삼성자동차는 기존 완성차 업체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을 배제하고 신규 인력을 뽑아 일본 닛산 등지에서 연수를 시켰습니다. 르노측에서도 삼성자동차 시절의 철저한 생산방식을 그대로 유지한 거죠."

생산라인의 대부분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법한 젊은 친구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천영환 차장은 "닛산 제조분야 노동자들의 평균나이가 45살' 현대가 40살인 것을 봤을 때 르노삼성이 얼마나 젊은 기업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기존에 국산차를 만들 때의 나쁜 작업 습관이 전혀 배지 않은 신선한 사람들만 뽑아 새로운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부산공장은 삼성자동차 시절에 만든 작업표준을 계속 준수하면서 새로 뽑은 작업자도 이를 잘 지키는지 3단계에 걸쳐 테스트를 받는다. 가령 볼트를 조일 때도 정확성을 위해 반드시 90도의 각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삼성자동차에 입사해 조립(Assembly)라인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최보영(여·24)씨는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나이가 젊다보니 분위기가 활기에 차 있다"면서 "빅딜 이후 직장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다시 예전의 활기를 되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점심시간은 10분. 나머지 시간은 족구로

ⓒ 르노삼성자동차


낮 12시 점심시간이다.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일제히 일손을 놓고 구내 식당으로 향한다. 밥과 국 그리고 오징어 튀김과 불고기' 김치가 식단에 올랐다. 자동차를 조립하듯 10여분만에 식사를 마친 노동자들은 일제히 도로를 점령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족구 네트를 도로 곳곳에 설치했다.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일제히 벌이는 족구 경기는 이색적이었다.

족구경기 심판을 보던 한 노동자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이 같은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면서 "르노삼성이 출범해도 미래가 불확실해 일이 손해 잡히지 않았는데 회사가 안정화되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다보니 사람들도 희망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시장 점유율 면에서 아직 경쟁사들을 크게 압박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르노가 인수한 이후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어 잠재적으로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 특히 르노는 앞선 기술력과 "삼성의 제일주의"를 적당히 섞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자동차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은 국내 하청 생산기지일 뿐?



▲ 르노삼성 제롬스톨 사장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의 최근 가파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희망 섞인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한 경쟁업체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르노-닛산의 국내 하청 생산기지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면서 "르노삼성이 기술뿐 아니라' 엔진 등 주요 부품을 닛산의 것을 쓰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쪽은 닛산"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닛산과 체결한 기술지원 및 라이선스 계약을 보면' 르노삼성은 SR엔진과 VQ엔진이 장착된 차량에 대해 각각 대당 2만5천엔' 3만5천엔을 닛산에 주도록 돼 있다. 따라서 지난해 닛산에 지불한 기술사용료는 200억원을 상회한다.

르노삼성이 앞으로 져야 할 추가부담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우선 삼성그룹과 10년간 상표 사용계약을 체결해놓았기 때문에 수익이 날 때부터는 매출액의 0.8%를 상표사용료로 내야 한다.

또 삼성자동차를 인수할 때 지급하기로 한 미지급금 2천억원도 2004년부터 연간 100억원 이상씩 분할 상환해야 한다. 상환액은 수익을 낼수록 커진다.

한편 르노삼성을 현대차나 기아차 수준의 독자적인 자동차업체로 바꿔나가려면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루이 슈웨체르 회장은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앞으로 3년간 매년 1200억원씩을 투자할 것"이라고 했지만' "투자자금은 르노그룹에서 들여오지 않고' SM5와 SM3의 이익금으로 국내에서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의 투자로는 닛산의 모델을 바탕으로 한 새 모델을 국내상황에 맞게 재개발하는 정도를 넘어서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SM3 모델 개발에만 1200억원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천영환 차장은 "루이 회장의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4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겠다"는 발언을 곡해해서는 안 된다"면서 "루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원칙적인 수준에서 나온 것에 불과하며' 르노삼성은 르노그룹의 계열사이며 자체 운영 중에 있는 자동차 연구소에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을 보이는 이상 하청공장이라는 지적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르노삼성의 미래는 수출경쟁력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GM대우차가 버티고 있는 내수시장에서 르노삼성이 가져갈 파이는 한계가 있다.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않는 한 르노삼성의 미래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SM5의 올해 수출실적은 10월까지 207대에 불과하다.

르노삼성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수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소규모 거래에 불과하다"면서 "르노삼성차의 단가가 센 만큼 경쟁회사와 수출선을 달리하고 있으며 중국' 중동' 아시아 일부가 우리의 수출 전략지"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르노와 닛산의 부품 구매망과 해외 자동차 판매망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출은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닛산이나 르노의 모델을 국내에 들여와 닛산의 기술력으로 생산하는 정도로' 세계시장에서 견뎌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 공희정 기자







이 기사는 28호 주간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