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첸나이 현대차 공장자동차와 이차전지, 전자 산업 등 국내 기업들이 14억 인구의 인도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와 고관세 정책에서 촉발된 보호무역 기조가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하는 가운데, 아직 무역 장벽이 높지 않고 성장 가능성이 큰 인도가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인도 시장 진출을 검토하거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현대차가 이끄는 자동차 산업이다.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 2030년까지 4500억 루피(약 7조2천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지난 1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인도 증시에 현지 법인을 상장한 바 있다.현대차는 인도 시장을 장기적으로 북미 시장에 이은 ‘두 번째 시장’으로 상정하고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관계자는 “현대차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자동차 산업 관련 협력기업들의 인도 진출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자동차 업계가 인도 시장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14억명 인구를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도자동차산업협회(SIAM)는 지난해 승용차 510만대, 이륜차 2430만대, 상용차 110만대를 생산했다고 집계하면서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4%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미국과 중국에 견줘 무역 장벽이 높지 않고 조세 부담이 크지 않은 점도 인도로 눈을 돌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도 정부는 지난 9월 미국의 관세(50%) 부과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상품·서비스세(GST)를 대폭 낮췄는데 소형차 소비세(29%→18%)와 스포츠실용차(SUV) 등 대형차 소비세(50%→40%)가 모두 하향 조정됐다. 또한 최근 인도 정부는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3년 이내에 전기차를 생산하는 자동차 기업에 관세율을 100%에서 15%로 낮춰주겠다고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분쟁해왔던 인도가 중국 기업에 경계심을 갖고 있는 점도 한국 기업으로서는 유리한 부분이다.기업별 인도시장 진출 현황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자동차 관련 산업계 전반이 인도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에스케이(SK)엔무브는 지난 15일 인도 자동차 부품 기업인 아난드그룹 계열사 가브리엘 인디아와 합작법인 ‘에스케이엔무브 가브리엘 인디아’ 설립 계약을 맺었다.친환경차(전기차, 하이브리드차)와 전기 이륜차 등에 사용되는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도 인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인도 현지에 판매 법인을 설립한 삼성에스디아이(SDI)는 인도의 전기 이륜차와 소형 배터리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 보고 공급 확대에 나서는 중이다. 엘지(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에 인도 영업 법인을 설립한 뒤 이륜차 기업인 히어로 모터, 에테르 에너지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이 뿐만이 아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8월 인도의 1위 철강 기업인 제이에스더블유(JSW)그룹과 주요 조건 합의서(HOA)를 맺고 연간 조강생산량 600만톤(t)의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고, 엘지(LG)전자는 올해 인도 현지 3공장 건설에 착수한 데 이어 지난 18일에는 인도 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했다.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발 빠르게 진입하고 있지만 불안 요소도 있다. 인도는 빈부 격차가 크고, 경제 규모에 견줘 소비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은 2024년 기준 4조1870억달러로 세계 4위지만 1인당 지디피는 2697달러에 그쳤다. 인구 14억명 가운데 소득이 1만달러를 넘는 국민은 2억8천만명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시장 규모에 견줘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미미해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시장으로 분석돼 기업들이 현지에 영업 법인을 운영하면서도 공장 이전 등은 머뭇거리고 있다”고 말했다.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인도 첸나이 무역관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가격 민감도가 높고 소형·저가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인도 시장 수출은 가격 경쟁력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인도 정부의 정책·규제를 확인하면서 인도 현지에 공장을 세우거나, 한-인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혜택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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