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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현대車 3세 전면배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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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매일경제 2003년 1월7일 오후 5:05

[매일경제+] 현대車 3세 전면배치 왜?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주 전격 실시한 사장단 인사를 놓고 재계와 정치권에서 말이 많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오너"인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 의선 씨(33)를 비롯해 정일선(33ㆍ조카ㆍ고 정몽우 씨 장남)' 정태영(43ㆍ둘째사위)' 신성재 씨(35ㆍ셋째사위) 등 가족 4명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전격 승진시켰다. 이른바 정주영 회장-정몽구 회장에 이은 "3세경영체제"를 구체화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이번 인사에 대해 정치권이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특히 민주당과 대통령직 인수위측 일부 인사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재벌시스템 개혁 방침"을 밝힌 점을 들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


◇ 현대차 "책임경영 위한 세대교체"=현대차그룹이 요즘과 같은 미묘한 시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가족인사"를 서둘러 발표한 배경은무엇일까.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새로운 기업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30' 40대 오너 출신 경영진을 전면에 내세우는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 회장 후계자인 정의선 부사장의 역할을 확대하면서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본격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사장과 정일선 비앤지스틸 부사장'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부사장도 정의선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책임경영과 능력 검증을 위해 승진이 불가피했다고 현대차그룹측은 밝힌다.

현대차그룹에서 부사장은 그룹과 관련한 모든 회의에 참석한다. 따라서 의선 씨를 포함해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가족 4인방"은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해 정 회장 후계자로서 실질적인 경영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 정치권 "가족 인사 주목"=현대차그룹의 이번 인사에 대해 다음달출범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 인사들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정책통인 민주당의 한 의원은 "개별기업의 인사행위에 대해 언급할위치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노 당선자의 재벌개혁 의지를 시험이라도 하려는 듯이 아들 사위 조카를 대거 승진시키는 "족벌인사"를단행한 것을 보면서 (노 당선자가)기분 좋을 리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가 노 당선자 취임 전에 "일"을 마무리하려는 의도인 것은 알겠지만 당선자가 "재벌시스템 개혁"을 공언한 지 며칠 지나지도않아 무엇 때문에 가장 먼저 나서서 저러는지 알 수가 없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정권인수위 핵심관계자(경제1분과위)는 "등기임원은 법적으로 주총승인사항이므로 주총에서 이를 승인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현대자동차는 지금 외국인 지분비율이 높은 기업인데' 외국인 주주가(이번 인사가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하면)주식을 팔아치울 수도 있을 것"이라며 관심을 표명했다.

재계 일부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이번 인사가 족벌 경영체제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새정부와 마찰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이번 인사는 삼성 등 다른 대기업 그룹에도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며 "아직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3세 경영자를 요직에 배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기 때문에 다른 그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책임경영과 향후 후계 구도 안정을 위해 결정한 용기있는 인사로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황봉현 기자 goldbar@mk.co.kr / 장박원 기자 jangbak@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