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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제 재벌체제의 대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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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21. 1 한겨레

지주회사제 재벌체제의 대안인가?


엘지의 통합지주회사 출범선언을 계기로 지주회사제가 ‘재벌체제’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주회사는 주식소유를 통해 다른 회사(자회사)를 지배하는 회사를 말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서는 안되고' 자회사에 대한 지분을 50% 이상(상장사는 30%) 유지해야 한다. 반면 일반 재벌에 적용되는 출자총액제한' 계열사간 상호출자·채무보증 금지 같은 규제는 없다.

엘지는 지난달 28일 엘지이아이(LGEI)와 엘지시아이(LGCI)를 내년 3월부터 합치겠다고 발표하면서 “차별화된 ‘선진적 기업지배구조’를 구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지주회사의 경우 소유·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투명해지는 장점이 있다는데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총수의 지분은 평균 2%도 안되는데' 계열사간 복잡한 ‘순환출자’를 이용해 수십개 회사를 지배하는 재벌과는 확실히 대비된다. 또 자회사는 출자에 신경을 안쓰고 고유사업에만 전념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사업의 분리매각이나 진입·퇴출같은 구조조정도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지주회사제가 궁극적으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해결하는 대안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론이 우세하다. 재벌의 특징으로는 총수의 ‘황제경영’' 문어발식 다각화' 그룹 전체를 통할하는 ‘선단식 경영’ 등이 꼽힌다. 그 핵심조직은 구조조정본부(옛 회장실)로' 그룹의 자금과 인사' 주요 사업계획을 통제한다. 엘지는 “통합지주회사의 역할은 ‘출자자산과 사업포트폴리오 관리’에 집중되고' 현재의 구조본은 정리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자회사들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지주회사의 세부기능과 조직에 대해서는 “아직 미정”이라며 말을 아낀다. 그러면서도 자회사 경영에 일체 간여하지 않는 지주회사 형태는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구본무 회장도 지배주주로서 지분 만큼 경영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결국 통합지주회사가 현재의 재벌과 얼마나 달라질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고' “이름만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공정위가 오히려 “지주회사가 다수 기업을 쉽게 지배하는 지배력 확대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조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주회사에 대해 자회사 이외의 다른 주식을 갖지 못하도록 하고' 공정거래법으로 일반회사와 금융회사의 동시 소유와 손자회사로 확대를 금지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장하성 교수(고려대) 같은 일부 전문가들은 “지주회사의 설립요건을 지금보다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공정위 이재구 독점정책과장도 “지주회사제가 저절로 총수의 전횡을 차단하고 경제력 집중을 완화해주는 것은 아니다”며 “결국 운용자들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1999년 제도도입 뒤 지금까지 선보인 지주회사는 아직 16개(금융을 빼면 12개)에 불과하고' 재벌로는 엘지가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에스케이 케이티(KT) 동부 코오롱 등이 지주회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는 탄력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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