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실적현황
나쁜 의미의 재벌은 없어졌다니
| 운영자 | 조회수 1,861
2003. 1. 5 한겨레

나쁜 의미의 재벌은 없어졌다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재벌그룹 구조조정본부의 문제점을 제기한 뒤 재벌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주요 재벌정책을 반대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손 부회장은 그저께 <평화방송>에 나와 `재벌과 대기업은 다르다’는 노 당선자의 재벌문제에 대한 기본인식과 이에 따른 상속·증여세제의 완전포괄주의 도입 공약 등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손씨의 주된 논거는 “과거 나쁜 의미로 사용됐던 재벌은 없어졌기 때문에 더이상 대기업이다 재벌이다 할 상황이 아니다”는 것이다.

우리는 손씨의 이런 잘못된 논거야말로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확인해준다고 본다. 재벌이 아이엠에프 관리체제를 거치면서 약간 달라지기는 했다.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등에서 어느정도 개선된 면모를 보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황제 경영과 선단·문어발 경영을 축으로 한 재벌체제의 본질적 폐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최근 몇몇 재벌그룹의 인사와 경영권 세습작업' 그리고 사업분야 확장 방식 등은 이를 뭉뚱그려 보여준다. “나쁜 의미로 사용됐던 재벌”이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재벌과 대기업을 구분하고 재벌정책을 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는 재벌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현 정부 재벌개혁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문제의 뿌리에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벌총수가 소수 지분으로 계열기업들의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전근대적 소유·지배구조를 고치지 않은 것이다. 새정부는 재벌정책의 중심을 이 소유·지배구조 개선에 두어야 한다. 실제로 노 당선자 공약에는 이런 방향의 정책이 몇가지 눈에 띈다. 상속·증여세제 완전포괄주의 도입과 금융사 계열분리청구제 등이 그것이다. 그런 만큼 이들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고 다른 필요한 정책들을 덧붙이도록 해야 한다. 재벌그룹 구조조정본부 해체가 의미는 있지만 근본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 문제로 입씨름해서는 안된다.



2002. 12. 2 한겨레

지분율 2%면 황제경영 이상무


10대 그룹 회장들의 그룹내 상장사 주식 지분율은 2.0%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거래소는 삼성 엘지 에스케이 등 10대 그룹 69개 상장사의 주식보유 현황(11월말 기준)을 조사한 결과' 총 주식수 48억415만8565주 가운데 그룹 회장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수는 9448만859주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분율은 0.5%에 그쳤다. 이 회장은 14개 상장계열사 중 삼성전자 주식의 1.8%' 삼성물산 1.4%' 삼성화재 0.3%' 삼성증권 0.1%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특히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기 삼성정밀화학 등 나머지 10개 계열사의 주식은 단 1주도 갖고 있지 않았다.

구본무 엘지그룹 회장은 1.5%의 지분을 갖고 있다. 구 회장은 17개 엘지계열 상장사 중 엘지이아이 5.5%' 엘지시아이 4.6%' 엘지카드 4.0% 등의 지분을 갖고 있었으나' 극동도시가스 데이콤 등 10개 계열사에 대한 지분은 전혀 없었다.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도 9개 상장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이 3.1%에 머물렀으며' 에스케이텔레콤 주식은 단 100주만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분율 3.1%(계열사 6개)였으며'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0.4%(5개)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회장 1.3%(5개)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 1.1%(3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3.2%(4개) △박용곤 두산그룹 회장 2.0%(4개) 등도 마찬가지였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불과 2%의 지분으로 황제식 경영을 할 수 있는 것은 계열사간 상호 순환출자 때문”이라며 “이런 전근대적 지배구조로 인해 외국인들로부터 한국 상장사들의 주가가 할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곤 기자 kkk@hani.co.kr


2002. 11. 27 한겨레

대기업 임원인사 "황제식" 환원


삼성.엘지.SK등 주총전 "발령"…개혁 뒷걸음
참여연대 "자율경영무시" …업체들 "업무공백" 반박


주요 재벌들이 계열사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정기주총 전에 미리 실시하는 관행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는 이사회 기능 강화와 주주 권익보호라는 재벌개혁 방향에 어긋나고' 총수 1인에 의한 ‘황제경영’ 강화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27일 주요 그룹들에 따르면 삼성은 내년 1월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할 예정이다. 99년까지는 연말에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했던 삼성은'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지난해에는 3월 초 주총에 맞춰 인사를 했다가 올해는 다시 1월로 앞당겼다.

엘지도 지난해와 올해는 주총 시즌에 맞춰 2~3월에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실시했으나' 내년에는 이를 앞당겨 1월부터 계열사별로 시행할 예정이다. 엘지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내년 1~3월 중에 중역인사를 실시할 방침이며 특별히 주총에 맞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에스케이는 2000년말 핵심 계열사의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시행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은 뒤' 올해는 3월 주총시즌에 맞춰 인사를 시행했으나' 내년에는 다시 1월초로 사장단 및 임원인사 시기를 앞당길 방침이다. 현대차도 직전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올 2월에 실시했으나' 이번에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로 앞당겨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앞서 지난 26일 대표이사급 7명이 포함된 대규모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다음달 1일자로 실시했다.

삼성 등 일부그룹은 사장단 인사를 하면서 주총승인 사항임을 의식해 ‘내정’이라고 발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인사 직후부터 바로 업무를 시작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는 실정이다. 또 일부는 형식적으로 계열사별로 따로 인사발표를 하고 있으나' 전무급 이상은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사전조정을 거치고 있다. 참여연대는 “아이엠에프 이후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무시한 재벌총수의 독단적 지배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이사회의 기능 강화와 주주 권익보호를 주요한 개혁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것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룹들은 인사를 주총 전인 연말 또는 연초로 앞당기는 이유에 대해 새해 사업계획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인사를 조기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회계연도가 1월부터 시작하는데 사장이나 임원 인사를 주총에 맞춰 3월에 한다면 업무공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2002. 9. 25 한겨레

계열사 2열종대로 황제 납시오!

삼성·SK·엘지회장 정기사장단 모임
경영정보 공유명분 "황제경영" 조짐

최근 들어 재벌 총수들이 잇따라 계열사 사장단회의나 임원회의를 주재하는 등 총수의 ‘황제식 경영’ 행태가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지난 18일 전자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다음달 중 금융사장단 및 화학계열과 제일모직' 호텔신라' 삼성에버랜드 등 기타계열을 합한 사장단회의도 열 예정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이 회장은 금융 계열사의 이사직을 맡고 있지 않아 참여 자격이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이미 상반기에 금융계열사 및 전자계열사' 기타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각각 주재한 바 있다. 이 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10개사의 이사직만 보유하고 있다. 삼성관계자는 “계열사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회의에 참석하는 것일 뿐' 어떤 지시를 하거나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에스케이도 수펙스추구협의회의란 이름으로 매주 두번째와 4번째 화요일 여는 사장단 오찬회의에 손길승 에스케이텔레콤 회장과 최태원 에스케이(주) 회장이 참석해 현안 등을 논의한다. 손 회장과 최 회장 및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은 또 매주 월요일 3자회의를 열어 그룹전체의 현안을 논의한다. 손길승 회장은 현재 에스케이(주)와 에스케이글로벌 에스케이건설 에스케이해운 등의 등재이사이고' 최태원 회장은 에스케이텔레콤 쉐라톤워커힐 에스케이씨앤씨의 이사직을 가지고 있다.

구본무 엘지그룹 회장은 매월 40여개 계열사의 임원 300여명이 참여하는 임원세미나를 주재하고 있다. 구 회장은 엘지칼텍스정유 엘지카드 등 4개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갖고 있으나' 엘지전자 엘지화학 등 다른 계열사에 대한 이사직은 없다. 엘지그룹은 “임원세미나는 경영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것일 뿐이고 경영에 관한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 데다 별도의 사장단회의 같은 것도 없다”며 ‘황제식 경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장들이 미래경영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전략을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차기태 구본준 기자 foli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