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실적현황
소액주주 운동-"작은 손"들 기업주인 선언
| 운영자 | 조회수 1,858
"작은 손"들 기업주인 선언

“기업 투명성확보 팔걷어야 증시와 소액주주들 살아나”

⑤소액주주 운동

스스로 기업의 주인임을 선언하고 나서는 주주들이 차츰 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시민단체들 중심으로 진행됐던 소액주주 운동이 최근엔 일반 주주들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대주주들의 전횡과 부실경영을 그저 ‘손님’처럼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성창기업 소액주주 모임’은 대주주가 회사의 알짜배기 부동산을 아들이 경영하는 관계사에 싼 값에 양도한 데 반발해 지난해 7월 소송을 제기했다. 주주에게 돌아올 이익을 대주주의 아들에게 빼앗겼다는 게 이들이 소송을 낸 이유다. 부산의 대표적인 합판 제조업체인 성창기업은 지난해 6월 말 부산시 기장군 땅 90여만평을 대주주의 아들이 경영하는 회사에 244억원에 매각했는데' 이 땅은 지난해 초 그린벨트가 해제되면서 개발 기대감이 컸던 곳이다.

맨 먼저 문제를 제기한 주주는 강준석(54)씨다. 강씨는 성창기업의 매각 발표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인터넷 증권전문 사이트에 소송을 내자는 글을 띄웠다. 곧 20여명의 주주들한테서 적극 협력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소액주주모임이 꾸려졌고' 한 달 뒤 부동산 매각을 무효화하려는 ‘위법행위 유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 12월에는 주총에서 독립적인 감사를 선임하려고 대주주와 표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부산에 사는 직장인 김흥철(37)씨도 참여했다. 요지에 많은 부동산을 보유한 성창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3년 전부터 투자해 왔는데 배신감이 컸다고 말한다. 그는 “기업이 옳지 못한 일을 하면 누군가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느라 짬을 내기 어려웠지만 서울에 있는 소액주주 대표들과 변호사들이 현지 답사를 나오면 안내하는 일을 자임했다. 소액주주 모임에 참석하려고 서울로 여러 차례 올라가기도 했다.

공무원인 김아무개(37)씨' 교사 출신인 문광식(50)씨 등도 손을 보탰다. 신분 때문에 공개적으로 나서지 못한 김씨는 주주들에게 참여를 부탁하는 전화를 주로 했다. 문씨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주들을 설득하는 일을 했다. 문씨는 “주식 투자의 최종 책임은 투자자가 져야 하지만 최소한 규칙은 공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창기업 소액주주 모임은 입증의 한계에 부닥쳐 지난해 말 1심에서 패소했으나 곧바로 항고해 지금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회사 쪽은 “경영개선을 위해 불가피하게 부동산을 매각했으며' 매각대금도 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감정을 받은 적정한 가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투증권 소액주주 모임’도 주주들의 참여가 뜨거운 곳이다. 현투증권은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데다 대우사태 영향으로 추가 손실이 예상됐던 지난 2000년 초에' ‘다음해 코스닥에 등록할 계획’이라는 장밋빛 계획을 내세우며 실권주를 공모했다. 당시 발행된 실권주는 현재 휴짓조각이나 마찬가지다. 소액주주들은 투자자들을 속였다며 소송을 냈는데' 800여명이나 참여했다. 이들은 평균 10만원 가량의 소송비용을 부담했다. 소액주주 이아무개(33)씨는 “돈을 찾지 못해도 좋으니 이번 기회에 대기업을 개혁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 운동은 최근 5년 간 비약적인 성장을 해 왔다. 1997년 한보철강에 무리하게 대출을 제공해 은행 부실을 초래한 제일은행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 승소한 것을 시발로 성과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소액주주들을 조직화하는 것도 어렵고 소송비용을 갹출하기도 쉽지 않다. 또 입증 곤란 등의 어려움에 부닥치는 일도 잦다. 소액주주 소송 전문인 한누리 법무법인의 이상훈 변호사는 “소액주주 운동은 소액주주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게 된다”며 “소액주주 운동이 많은 발전을 했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02-723-5052)' 좋은기업 지배구조연구소(02-587-9730)' 한누리 법무법인(02-537-9500) 등이 소액주주 권익보호와 관련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