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실적현황
재벌구조가 배당 막고 증시 저평가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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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구조가 배당 막고 증시 저평가 가져왔다”

2003.01.19(일) 22:06 한겨레


임직원들한테는 ‘천문학적 보너스’를 지급하고 주주들에겐 ‘쥐꼬리 배당’을 결정한 삼성전자에 시장 안팎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해 7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낸 삼성전자마저 배당에 인색한 것은 ‘재벌’이라는 우리나라 특유의 기업구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2사업연도의 1주당 배당액을 기말배당금 5천원에 중간배당금 500원을 더한 5500원으로 결정했다고 지난 16일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때 밝혔다. 배당금 전체 액수로는 9127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임직원 1명당 평균 780만원씩 모두 3750억원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삼성전자 주식을 산 투자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을 열심히 한 직원들을 대우해주는 것이야 좋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이상 주주들에 대한 배려도 파격적으로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 삼성전자 배당은 어느 수준=삼성전자는 배당 수준이 낮다는 시장 안팎의 비판에 대해 “2002년 주당 배당금은 2001년의 주당 배당금 2천원보다 무려 175% 늘어난 것”이라며 “지난해 한해 동안 1조5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주중시 경영을 펼쳐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배당성향을 비교해도 지난해엔 7조518억원의 당기순이익에 9127억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해' 배당성향이 2001년(11.5%)보다 소폭 늘어난 12.9%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이런 해명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1년은' 특히 하반기에 9·11테러가 발생하고 반도체 디램 시황이 악화돼 85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치는 등 매우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에 지난해와 맞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현금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7조4200억원에 이르러 1년동안 4조6천억원이나 늘어난 상태다.

■ 재벌구조가 배당 가로막는다=상당수 전문가들은 “복잡한 출자구조로 연결돼 극히 일부의 지분을 가진 총수 1인의 영향력이 전 계열사에 미치는 우리나라의 재벌구도 아래에선 적극적인 배당이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익금을 배당하면 지분율이 낮은 총수에게 돌아오는 몫이 줄어들지만' 내부유보로 돌리면 경영권을 가진 총수가 이익금에 대해 배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권거래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1999년부터 3년 연속 시가배당률 5% 이상이었던 47개 회사 가운데 재벌 계열사는 에스케이가스·엘지칼텍스가스 등 일반적으로 배당성향이 높은 가스주를 포함해 한진해운·한진중공업·현대시멘트·엘지상사 등 6개사밖에 없었다.

지난 2001년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의 배당성향을 봐도 비슷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재벌 계열사인 삼성전자(11.5%)·에스케이텔레콤(5.0%)·현대차(18.5%) 등의 배당성향은 신한지주(68.3%)·케이티(20.6%)·포스코(24.9%) 등이나 배당유망주로 꼽히는 담배인삼공사(63.51%)·에쓰오일(800%)·한국가스공사(24.9%) 등에 견줘 훨씬 낮았다.

■ 외국의 시각도 부정적=삼성전자 등 재벌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배당에 인색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외국인들의 우리 증시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은 지난 16일치 ‘한국 증시가 저평가될 수밖에 없는 몇가지 이유’라는 보고서에서 △전쟁 리스크 △저배당 등을 주요 이유를 꼽았다.

이 보고서는 특히 “한국의 배당성향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도 월등히 낮은 편”이라며 “재벌 기업들이 잉여현금을 주주들에게 되돌려주기 시작한다면 한국 증시는 한단계 상승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