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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현대차의 "무한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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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세의 정몽구회장 아들' 3개 계열사 임원 겸임
프레시안 2003-02-20 오후 5:05:19



4대 재벌의 편법상속.증여가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된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의 ‘공격적 세습경영’이 거침없이 전개돼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사장(33)이 현대모비스' 현대캐피탈에 이어 20일 기아자동차의 등기임원으로 선임되면서 3개 회사의 정기임원이 되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정몽구 회장의 33세 아들 3개 회사 등기임원돼

이 소식을 접한 재계에서는 “이러다가 SK 최태원 회장 꼴이 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반응이 일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벌들의 족벌경영세습과 편법적인 지분 상속.증여 등이 노무현 새 정부가 재벌개혁의 핵심요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텐테 정몽구 회장이 후계구도를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니냐”며 “오는 3월15일 열리는 기아자동차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 부사장의 이사 선임안이 통과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기아차(대표 김뇌명 사장)에 따르면' 정 부사장은 20일 오전 열린 이사회에서 등기임원(사내이사)으로 선임됐다. 회사측 설명에 의하면 올해초 기아차 사내이사였던 정태영 부사장이 현대카드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사내이사 자리가 하나 비면서 이 자리를 정 부사장이 채우는 것이다. 정태영 부사장은 정몽구 회장의 둘째 사위라는 점에서 인척끼리의 자리바꿈인 셈이다.

이로써 기아차 사내이사는 정몽구 회장' 김뇌명 사장' 구태환 전무(재경본부장)와 정의선 부사장(기획실장) 등 4명이 맡게 됐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와 금융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의 등기임원으로 선임됐으며' 지난 1월3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을 맡았다.

정 부사장이 기아차 등기임원이 되면 현대차를 제외한 그룹 주력 계열 3개사의 등기임원으로 동시에 등재돼 그룹내 위상과 경영참여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의 강력 반발

현대자동차그룹의 친족경영 체제강화는 지난 3일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현대차 전무' 둘째 사위 정태영 기아차 전무' 셋째사위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전무' 조카 정일선 비앤지스틸 전무를 한꺼번에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초고속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을 때 이미 예고됐다.

현대차 노조는 당시 "족벌경영' 선단경영' 황제경영에 대한 노동조합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세계 5위 자동차기업을 추구하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총수인 정몽구 회장이 인사정책의 공평성과 객관성을 망각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특히 "정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씨의 경우 99년 이사' 2000년 상무' 2001년 전무' 2003년 1월 부사장으로 초고속으로 진급시켰다"며 "이는 대다수 현대차 그룹의 선량한 임직원들과 철저한 차별.특혜 인사조치로서 기업 인사정책의 객관성을 파괴하는 행위인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2세에 대한 "세습의 수순 밟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정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족벌체제 강화"' "세습경영 노골화"' "문어발 식 기업 확장"' "황제경영 부활"등의 행보를 보면 (현대차가) 과거 한국경제의 병폐로 지적되었던 재벌정책의 폐해로 회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재계에서는 정부에 노사안정 대책을 주문하면서도 노조에게 스스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우를 범했다고 현대차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장의 반응 "싸늘"

오너의 전횡으로 현대기아차그룹의 기업지배구조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시장의 반응도 좋지 않다.

한화증권은 19일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사상최고의 실적을 올려 시장기대에 부합했지만 기업지배구조에서 비롯되는 주가할인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그룹에서 지주회사 성격을 가지고 있어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에 퍼져있다는 것이다.

한화증권은 주주이익에 반대되는 경영상 의사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실례로 지난해 현대모비스가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가 보유중이던 현대차 지분 1.71%(375만주)를 주당 3만6천7백50원에 인수키로 한 사례를 들었다. 당시 현대차 주가가 3만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나 할증된 금액으로 매입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에는 현대차 정의선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본텍(옛 기아전자)을 소규모 합병하려다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의 부정적 반응에 포기한 사례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정의선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사 본텍과 상장사인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정 부사장이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했었으나 현대모비스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과 여론의 부정적 반응 때문에 합병을 포기했었다.

정 부사장은 2001년 본텍 지분 30%를 액면가인 주당 5천원씩 15억원에 매입했으나 이후 본텍이 기아차뿐 아니라 현대차를 안정적인 납품처로 확보' 주식가치가 급상승한 것으로 평가받았으며 계획대로 합병이 성사됐을 경우 주력 계열사의 지분확보는 물론 엄청난 평가차익도 예상됐었다.

이 사례는 최근 최태원 SK회장이 비상장회사를 이용해 지주회사의 지분을 확보하려는 편법과 유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시민단체들' "3월 주총때 두고보자"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현대차의 일가친족 초고속 승진과 편법적인 지분확보 시도에 대해 당시 “재벌 2세에 대한 불법 승계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현대차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상속증여세법의 개정과 사외이사들의 경영권 감시 강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었다.

재벌의 친족경영 강화에 대해 재벌기업들은 “책임경영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금융계의 한 인사는 “오너 일가가 됐건 전문경영인이 됐건 주주 중심의 경영을 하고 있느냐가 잣대가 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능력 검증도 안된 오너 일가가 전면에 나서 계열사의 부당내부거래로 지분이나 늘리려는 식의 경영을 한다면 책임경영이라는 주장은 어불설성”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와 노조 등은 3월 정기 주주총회때 정의선씨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방침이어서' 과연 정씨가 주총에서 임원이 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각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