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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기업문화 탐방>(8)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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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발행일자 : 2003-05-13

<新기업문화 탐방>(8)현대자동차

#1.
현대자동차 지방 영업소장 S씨는 초조했다. 월말까지 단 4일 남
았는데 목표치의 40% 밖에 달성을 못했다. 하지만 결국 월말 결
산때 S씨는 목표치의 110%를 해냈다. 어떻게든 ‘밀어붙이면 된
다’는 현대차 특유의 불문율이 또다시 증명된 셈이다.

#2.
현대차와 기아차의 통합 마케팅 담당 임원인 A씨는 직원들의 출
신 성분을 모른다. 인수·합병(M&A) 이후 A씨는 후배들이 ‘현대
맨’인지 ‘기아맨’인지 따져본 일이 없다. 현대와 기아의 통합
은 바깥에서 보기보다 훨씬 탄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그는 단언
했다.


67년에 설립된 현대차는 오래된 회사다. 하지만 기업문화는 오래
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격변기를 거치고 있다. 정몽구(M
K)회장이 현대차 그룹을 이끌기 시작한 것이 지난 98년 말. 그
이전 32년간 현대차의 문화를 주도했던 ‘포니 정(鄭)’ 정세영
전 회장의 그늘은 길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MK가 기업문화를 다시 썼다고 입을 모은다.
정 전회장은 과거 현대그룹의 전통적 스타일과 달랐다. 현대의
상징 세모꼴 로고를 가장 먼저 버렸으며 계열사 인적 교류도 적
었던 현대차에 대해 가장 ‘비(非)현대적’이라고들 했다. 반면
MK는 오히려 전통적 현대 스타일을 글로벌기업의 21세기형으로
부활시켰다는 평이다. 더불어 사람과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정권교체기에 원래 충성심이 강해지는 것 아닌가요? 그룹 총수
가 바뀌면서 조직은 더욱 강하게 MK를 중심으로 뭉쳤습니다. MK
의 카리스마와 리더십' 그가 일궈낸 비약적 성장이 토대가 됐죠.
사실 MK가 현대차를 맡은뒤 매출은 8조원대에서 올해 28조원으
로 늘었고 순익은 98년 적자에서 올해는 2조원대에 달한다고 하
니까요.”
임원 K씨의 이같은 말에 현대차 사람들은 대부분 동의한다. A씨
는 “MK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현대차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한때 MK 친정인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와 현대차써비스 출신을
‘성골’ ‘진골’에 비유하며 조직 통합의 난맥상을 비꼬던 말
도 최근에는 잠잠해졌다. 여러 차례의 인사를 거쳐 현재 핵심 요
직이 대부분 ‘성골도 진골도 아닌’ 현대차 출신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 서울 종로구 계동에서 서초구 양재동으로 사옥을 옮
긴뒤 현대차의 변신은 여기저기서 감지됐다. 출입통제가 허술했
던 과거와 달리 철저한 보안 시스템이 자리잡았다. 모터쇼에나
출품하는 컨셉트카가 로비에 등장' 이미지를 새롭게 했다. 사옥
내 800석 규모의 현대아트홀도 문을 열었다. 현대차가 ‘삼성맨
’이미지로 변한다는 평도 그 시절에 흘러나왔다. 정보팀 강화와
더불어 최근 정부와 시민단체를 상대하는 전담팀을 확대한 것도
현대차의 전략적 움직임을 시사한다.

물론 현대차의 기업문화는 여전히 “개인보다는 집단주의”라는
말로 설명된다. 함바집에서 같이 밥 챙겨먹고 일하던 현대식 현
장경영의 전통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퇴근 시간에 어이' 같이 밥이나 먹고 하자며 분위기 띄우는데
‘죄송합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하는 직원은 그냥 찍히는 거
죠. 다른 회사에서는 그게 요즘 신세대 분위기라고 이해해주는
모양인데 저희는 조금 달라요.”

S과장은 “시대변화에 개의치않는 집단주의”라면서도 은근한 자
부심을 드러냈다. 요즘에는 마케팅 부문이 가장 선망받는다고 하
지만 원래 현대차의 심장은 국내영업본부다. 현장영업이 가장 중
요하다보니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게 만드는 추진력이 중시됐고
집단논리도 강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섬세한 첨단기술과 조립생산식 자동차 기업의 특성이
불도저같은 현대 스타일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또 수직적 현대차 문화와 상대적으로 수평적이던 기
아차 문화의 통합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다.

해외에서는 현대·기아차를 ‘불가사의’라고들 한다. 싸구려 차
나 만들던 회사라고 했는데 어느 틈에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 유럽 주요 업체들이 줄줄이 실패한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
는 4월말 현재 3.9%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성장속도 면에서
는 3년째 1위를 달리고 있다.

정혜승기자 hsjeong@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