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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 대리전 치루나
| 운영자 | 조회수 2,025
현대노사가 대리전을 치루게 될까?

경제신문들과 "조중동"으로 일컫는 보수언론이 한결같이 "노조때문에 경제 망한다" 또는 "노무현 정권의 친 노사정책이 노동계의 과도한 요구를 부추긴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그 가운데에 현대자동차 노사가 있다.
이들은 보'혁 양 세력간의 대리전일수도 있고 전체 노'자간의 대리전일 수도 있는 한판전쟁을 강요받고 있는지도 모른다.(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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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3년 5월30일

[경제 非常]<6>벼랑에 선 노사관계

"임금단체협상이 시작되면서 조합원들 말수가 줄었어요.
대부분 파업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지만 우리 회사 노사협상은 "걸리는 데"가 하도 많아서…."
27일 울산의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만난 근로자 이모씨(43)는 올해 현대차의 노사교섭이 민주노총과 재계의 "대리전"으로 번질까 걱정하고 있었다.

올해 현대차 노조 단체협상의 핵심요구안은 주 40시간 근무제 도입'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해외투자 문제 등 3가지.
모두 민노총이 주력하고 있는 사안이다.


"대리전장" 현대자동차

"노사정위원회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민노총이 "노동조건의 악화 없는 주 40시간 근무"를 현대차에서 밀어붙이려 하고 있어요. "시범 사례"로 만들려는 거죠."
"비정규직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달라면서 기존 노조원들의 기득권은 아무것도 양보하려고 하지 않아요."(현대차의 한 간부)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의 관계자는 "회사측도 사석에서는 "주 40시간 근무를 도입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하면서 다른 기업들의 눈치를 보느라 양보를 못 한다"고 반박했다.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가 미국 중국 인도 등에 대규모 시설투자를 하는 데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노조측은 "인건비가 싼 지역에 시설투자가 많아지면 장기적으로 국내 공장이 폐쇄될 수도 있다. 게다가 노조를 이해시킬 만한 경영의 투명성은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회사의 미래와 생존을 위한 투자결정을 어떻게 노조와의 합의로 결정할 수 있느냐"는 견해다.


불씨 남은 두산중공업 분규

1월 초 배달호씨의 분신사건으로 63일간의 분규를 겪다 3월 중순 노동부 장관의 중재로 합의했던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의 노사대결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는 단체협상이 없는 해지만 노조가 주 40시간 근로' 비정규직 차별 철폐' 근골격계 직업병 대책 마련 등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

회사측은 "노조가 가장 기본적인 약속마저 지키지 않는다"며 비판하고 있고 노조측도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지침이라 어쩔 수 없다"며 굽히지 않아 최근 상견례 정도만 한 상태.

이 회사의 간부는 "노조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정부의 중재에 따라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어김으로써 결정적으로 힘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엔 상처뿐

두산중공업의 경우 노사간 대립이 팽팽하지만 의외로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18년째 근무해온 조합원 정모씨(43)는 "배씨 사망 이후 노조는 파업을 결정했지만 조합원들은 대부분 파업에 불참하고 일했다"면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파업이 거듭돼 지쳤고 더 이상 회사가 상처 입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의 시각이 달라진 이유는 분규가 기업에 결정적 타격을 주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

이 회사의 다른 조합원 조모씨(41)는 "입사한 이래 일감이 없어서 걱정해본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4월 말 현재 두산중공업의 수주액은 24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7000억원에 비해 85%나 격감했다.

발전설비 분야 최대 고객인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해 파업 이후 두산중공업 안에 있던 사무실을 회사 밖으로옮기고 발주 예정물량 상당부분을 취소했다.

분위기가 이렇지만 올해도 두산중공업이 별일 없이 넘어가기는 힘든 상황.

금속노조의 김정호 교육선전실장은 "금속노조의 산별교섭에 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업체들로 "큰 공장"의 임단협 진행상황을 지켜본 뒤에야 본격 교섭에 나설 것으로 본다"면서 "결국 한바탕 투쟁을 해야 "답"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때늦은 정부의 노력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노사문제만은 자신 있다"고 공언했지요.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겠다고도 했습니다. 지금 이것이 노사간 힘의 균형인가요?"
(울산 A대기업의 한 관계자)

연초부터 쉴 새 없이 터져나온 두산중공업' 철도' 화물연대' 전교조 사태 등에서 이익집단의 요구가 관철되면서 노조의 기대수준이 한껏 높아진 상태다.

이는 기업의 의욕을 꺾고 투자부진으로 이어지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노조의 과도한 권한 때문에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른바 "독일병"까지 우려되는 상황.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가 27일 "대기업의 무리한 요구에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인 셈.

하지만 이미 정부의 엄포로 무너진 균형을 되살리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관계자는 "올해 잇따른 노사문제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조측의 손을 들어줘 "밀어붙이면 통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나 두산중공업 등 기업들은 "더 이상 노조에 밀릴 수 없다"며 강경대응을 다짐하고 있다.

노사간 대립이 벼랑 끝에 선 것이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울산·창원=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대한통운의 노사신뢰

4월14일 서울 중구 대한통운 본사 회의실.
노조가 곽영욱(郭泳旭) 사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양측은 서로에 대한 존중의 뜻을 나타냈다.
춘투를 걱정하는 것은 딴 세상 얘기다.

대한통운 노조는 과거엔 강성 이미지를 가졌다.
하지만 모회사인 동아건설이 부도나면서 ‘7000억원 빚보증’에 걸려 2000년 11월 동반 부도 낸 것을 계기로 사정이 바뀌었다.

노조는 법정관리 심사가 시작되자 2001년 2월 "무쟁의 선언"으로 회사를 지원했다.

곽 사장 등 임직원들과 노조위원장이 회사가 발행한 기업어음(CP) 200억원어치를 사기도 했다.

임금동결을 노조측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2001년에는 상여금과 복지비의 일부를 반납하기도 했다.

회사는 투명경영과 실적으로 화답했다.

곽 사장은 경영실적과 재무제표 현황' 인력수급 현황 등 모든 경영자료를 전자게시판에 공개한다.

경영전략회의에는 노조 간부도 참석한다.

매주 열리는 간부회의에는 노조 쟁의부장이 참석한다.

전국 38개 지점장 인사에는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된다.

곽 사장은 "투명경영으로 노사가 같은 운명이라는 것을 공감하면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학수(金學秀) 노조위원장은 "경영진과 노조는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할 정도가 됐다"며 "상호 불신으로 인한 노사갈등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외국인이 본 한국勞使 문제점

"전부 또는 전무(All or Nothing)."
벨기에계 다국적기업 아그파코리아의 마티아스 아이히혼 사장(42)이 보는 한국 노사갈등의 현주소다.

""원칙"을 고수하며 상대방의 양보만을 요구한다. 타협을 패배로 받아들인다. 노조는 파업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너무나 쉽게 빼들고 사측도 물러서기보다 차라리 파업을 감수한다.
한국의 노사 모두 정말로 거친(tough) 사람들이다."

아이히혼 사장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 건설의 성패는 노사간 타협의 문화 정착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노사대결 구도를 바라보는 외국기업의 인내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경험을 들어보자.

아이히혼 사장은 97년 말 첫 해외 근무지로 한국에 부임하면서 노사갈등의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당시 그가 공장장으로 있던 한국 아그파산업의 반월공장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수출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오히려 주문량이 평소보다 더 늘었다.

5일 3조3교대에서 7일 4조3교대로 전환하면서 주말 근무가 늘자 노조와의 갈등을 겪었다.
2년에 걸친 긴 협상 끝에 1999년 비정규직 근로자 추가고용을 조건으로 근무체제 전환에 합의했다.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는 회사 경영상태와 재무구조를 낱낱이 공개했다.
강경 지도부가 이끌던 노조는 자진 해산했고 2000년부터는 노사 대표 6명으로 구성된 노사협의회가 분기별로 만나 노사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독일인 아이히혼 사장에게 한국과 독일의 노사관계의 차이점에 대해 묻자 그는 "한국 근로자들은 회사 경영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독일 근로자들은 강한 노조의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회사의 경영전략과 재무상황에 대한 이해가 높기 때문에 사측과의 타협점을 찾기가 쉽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경영진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한국의 사용자는 노조에 경영애로를 호소하면서도 정작 회사에 대한 정보 공개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투명한 정보 공개를 중시하는 독일 사측의 태도가 노조의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