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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 사장단의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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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03.5.30(금) 김현준기자

자동차업계 사장단의 "푸념"

29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는 자동차업계 사장들의 한숨 섞인 "푸념"이 쌓여만 갔다.

이날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마련한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를 위해 현대차 김동진 사장' 기아차 김뇌명 사장' GM대우차 이영국 수석부사장' 쌍용차 소진관 사장' 르노삼성차 윤정호 부사장은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의 VIP 룸에 모였다.

사장들은 다른 행사때문에 간담회 참석이 늦어지고 있는 윤 장관을 기다리면서 자연스럽게 최근 돌아가는 세상사에 대해 담소를 나눴고 방의 중간을 막아놓은 병풍 너머에서 기자들이 듣고 있다는 것을 몰랐는지 허심탄회한 얘기를 쏟아냈다.

올들어 자동차 내수부진 등 업계의 현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장들은 자동차 에 관한 얘기보다는 노사관계와 최근의 주요 사회 현안의 해결방식 등에 대해 우려와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으로 담소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최근 노조와 임단협에 들어간 현대차 김 사장은 임단협 얘기를 화제로 삼았다.
김 사장은 "협상에서 개정 또는 신설을 요구하는 조항이 161개에 달한다"며 "그 중에는 해외공장 투자시에 노조와의 협의를 요구하는 것을 포함해 별게 다 있다"고 임단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상용차 합작공장 출범이 노사간에 합의가 안돼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다임러측이 현대차 내부의 복잡한 노사관계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얘기를 들은 모 사장은 "최근 화물연대의 파업이나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문제의 해결과정을 보면 정부의 노사정책이 너무나 노조편으로 기울어진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에 건의할게 있어도 우리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게 차라리 나을지 모른다"며 "괜히 건의했다가 손해만 볼 수도 있다"고 자조섞인 반응도 보였다.

사장들은 계속 노사관계와 사회문제를 중심으로 10여분 이상 대화를 이어갔고 "단위 공장에서는 (노조)대의원 대표들이 왕(王)이다. 공장이 움직이지를 않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또한 기업 경영에 대한 노조와 시민단체의 "간섭"이 많아지는 현상을 우려한 탓인지 투자결정 등 중요 경영사항을 잘못했을 경우 배임으로 문제화될 것을 걱정하는 대화도 몇마디 오갔으나 이들의 대화는 윤 장관이 도착하면서 끝났다.

내수부진을 수출확대 등으로 만회하는데 온 힘을 쏟아부어도 부족한 사정인 자 동차업체 사장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노사관계나 세상 돌아가는 모습에 대한 걱정부터 해야하는 현실이 안타까움을 주는 자리였다.

jun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