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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하기 "두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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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3년 6월9일 [기자의 눈]공종식

기업하기 "두 현장"

2003년 한국
지난해 9월20일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중대형 상용차 부문의 전략적 제휴를 위해 현대자동차 상용차 부문에 4억유로(약 57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임러측은 이후 이사회에서 현대차와의 합작법인 설립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2월19일에는 유럽연합(EU)의 승인도 받았다.
일정대로라면 올 2월에는 합작법인인 ‘현대다임러상용차’가 출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03년 6월인데도 합작법인 출범일정은 오리무중이다.
이유는 현대차에서 상용차 부문을 분할하는 것을 놓고 노동조합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
노사 양측은 몇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위로금 규모' 우리사주 설립조합에 대한 지분제공 등의 문제를 놓고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정이 늦어지자 다임러측은 최근 현대차에 “이른 시일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정식으로 요구했다.
다임러는 “노조 때문에 법인설립이 안 된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소리냐. 합의가 유효하기는 한 거냐”고 묻고 있고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 특유의 여건’에 대해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2003년 미국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해 공장을 짓고 있는 현대차는 현지에서 ‘왕’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

주정부와 시정부가 “현대차가 지역에 많은 일자리를 가져다 줬다”며 갖가지 재정지원은 물론이고 현대차 주재원 ‘봉사요원’으로 일하도록 별도 공무원까지 파견했다.

현지에서는 자발적으로 현대차 사주기 캠페인이 벌어져 현대차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어디가 더 경쟁력이 있을까
외국인 직접투자는 해당 국가의 경제상황이 나빠져도 주식처럼 쉽게 빠져나갈 수 없고 현지에서 고용까지 창출하므로 순기능이 가장 높은 투자로 꼽힌다.

각국이 이를 유치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치열한 국가마케팅 전쟁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외국인 직접투자가 가장 많이 유입되는 국가는 미국이다.

한국은 외환위기 직후 외국인 직접투자가 급증했으나 최근 들어 주춤한 추세다.

미국에 외국인 직접투자가 몰리는 것은 투자위험도가 낮기도 하지만 이처럼 외국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앨라배마 주정부와 몽고메리시' 그리고 현지 주민들의 노력에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임러측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공종식 경제부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