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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新시장] ‘체코의 울산’ 조성한 현대차… 친환경으로 유럽 공략
| 관리자 | 조회수 236

 

현대차에서 생산된 코나 EV 2세대 모델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 세계 시장이 잘게 쪼개지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각 국의 보호무역주의을 확산시켰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언제든 빗장을 걸어잠글 수 있다. 기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한국 기업의 도전을 살펴본다. 

지난달 1일(현지 시각)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동쪽으로 약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공업 도시 오스트라바. 이곳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트랜시스, 현대글로비스를 비롯해 현대차 협력사 60여 곳이 밀집해 있어 ‘체코의 울산’으로 불린다. 현대차는 유럽 시장 현지화를 위해 2007년 총 11억유로(약1조4000억원)를 투자해 체코 공장을 건설했다.

현대차 공장에 들어서자 현대로템에서 제작한 높이 3m, 무게 2500톤(t)의 초대형 프레스기가 눈에 들어왔다. 5초마다 프레스기가 ‘꿍쩍’하고 내려치자 평평했던 철판은 금세 자동차 측면 뼈대로 사용하는 패널로 탈바꿈했다. 이어 대기했던 로봇팔이 완성된 패널을 꺼내 적재함으로 옮겼다.

이어진 차체 라인에서는 바닥과 양쪽 측면 등 패널 3개를 용접해서 하나로 이어 붙이는 작업이 진행됐다. 8대의 로봇팔이 분주히 움직이며 용접 불꽃을 피웠다. 지난해 8월 양산을 시작한 ‘코나 EV 2세대’의 차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프랑스에서 보조금 받는 코나, 생산량 2배 확대

차체에 색을 입히는 도장과 여러 부품을 결합해 완성차를 만드는 조립 설비를 거친 코나는 검수 라인으로 넘어갔다.

검수 라인 컨베이어벨트에는 코나 뿐만 아니라 투싼과 i30 등 다양한 차종이 혼류(混流·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 생산) 생산되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모니터를 통해 해당 차종에서 집중적으로 검사해야 할 항목을 확인했다.

프레스 공정에서 생산된 차량 도어.

작업자들은 밝은 조명 아래서 도색의 이상 여부와 문틈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단차(段差·높낮이 차이)를 확인했다. 한 작업자는 “검수는 자동화를 하기 어려운 작업”이라며 “차량의 굴곡을 빛으로 비춰보면 도색의 흐름을 볼 수 있는데 사람이 눈과 손으로 확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코나는 지난 2017년 6월 유럽, 북미 등 선진 완성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대차가 내놓은 첫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소형 SUV 수요가 높아지는 점을 고려해 만든 야심작으로 정의선 회장(당시 부회장)이 직접 출시 행사에 등장해 코나를 알리기도 했다.

유럽 시장에서 코나에 관한 관심은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유럽 시장에서 판매된 코나 EV의 판매 대수는 3만168대로 전체 생산량의 10% 수준이다. 현대차 체코법인은 올해 코나 EV의 생산량을 2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다.

현대차 작업자들이 생산된 코나 EV의 품질을 검수하고 있다.

판매 지역도 확대된다. 1세대 코나는 유럽 22개국에서 판매했지만 2세대는 유럽 42개국에서 판매된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영국과 키프로스는 물론 터키, 이스라엘 등에도 진출한다.

코나는 최근 프랑스 정부가 발표한 ‘프랑스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적용 차종에 이름을 올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코나 전기차가 현대차 체코 공장에서 생산되면서 탄소 배출량 점수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생산성·품질 ‘톱’... 친환경 공장 변신 中

체코 공장은 유로존에 있는 현대차 유일의 완성차 공장으로 연간 33만대의 신차가 생산된다. 생산된 차량은 유럽을 비롯해 중남미, 미국 등 총 75개국에 수출된다. 하루 생산량은 1500대로 지난해까지 누적 생산량은 453만대다.

현대차 체코 공장의 지난해 가동률은 104%로 생산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현대차 글로벌 공장을 압도하고 있다. 가동률이 100%를 넘은 것은 수요가 많아 휴일에도 공장을 돌렸다는 의미다. 체코 공장의 UPH(시간당 생산 대수)는 67대~68대 수준으로 울산 공장(평균 45UPH)의 1.5배 수준이다. 품질도 지난해 ‘2023 체코 국가 품질상’ 최우수상을 받을 만큼 뛰어나다.

코로나 19 기간 인근 지역에 있는 A경쟁사는 생산량이 30% 감소했지만, 현대차 체코 공장은 생산량이 목표치를 초과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옵션 수를 줄이고 재고가 있는 부품 위주로 생산해 효율을 높였다”며 “부품 수급을 위해 협력사와 긴밀하게 소통한 결과”라고 말했다.

현대차 체코공장에서는 배터리팩도 만든다.

현대차 체코 공장은 코나 2세대 양산을 시작으로 친환경 공장으로 변신 중이다.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연기관차 퇴출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는 전기차만 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장 중앙에 있는 수동변속기 공장은 체코 공장의 과거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변속기 공장(1공장)에서는 작업자들이 주먹만 한 톱니바퀴를 조립하며 내연기관 차량에 탑재되는 수동변속기를 생산하고 있었다. 2공장은 원래 수동변속기 공장이었으나 지난해 코나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배터리팩 제조설비로 탈바꿈했다.

현대차 체코공장, 수동변속기 생산라인 

1공장은 올해 2월 폐쇄를 앞두고 있다. 유럽에서 수동변속기에 대한 수요가 점차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비중을 높이려는 체코 공장에 필요한 것은 변속기가 아닌 배터리이다. 현대차는 지붕을 이용한 태양광 발전도 준비하고 있다.

이창기 현대차 체코법인장은 “친환경차 전환이 빨라지면서 배터리 수요가 3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기차 생산 확대를 위해 2월까지 수동 변속기 생산을 종료하고 2025년부터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