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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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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공부합시다] 분식회계란 무엇인가
2002년07월12일 15:38

엔론 월드컴 머크 등 미국 거대기업들이 잇따라 분식회계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다우존스와 나스닥지수가 최근 폭락하고 세계경제에도 커 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환위기 직후 드러난 한보철강 대우그룹 동아건설 등 대기업의 엄청난 분식회계 규모에 온 국민이 놀랐던 적이 있어 분 식회계라는 용어가 별로 낯설지 않다.

■분식회계란
분식(粉飾)이란 말은 실제 모습보다 좋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얼굴에 분칠을 한다는 뜻이다. 분식회계란 경영자가 기업 재무제표에 자산이 나 이익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방법 등으로 회계장부를 엉터리로 만드 는 것을 말한다.

영어로는 분식이라는 뜻과 비슷한 `window dressing(진열장 장식하기 )`이라고 주로 쓰고 좀더 범죄 성격이 짙은 것은 `accounting fraud( 회계 사기)`라고도 표현한다.

분식회계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기업가치와 경영자에 대한 평가는 기업이 얼마나 건전한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좋은 경영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결정되므로 대부분 경영자 는 가능하면 자산과 이익을 좋게 보이고 싶어하는 욕망을 느낄 것이 다.

반대로 세금을 회피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할 목적으로 매출을 줄이거 나 비용을 실제보다 부풀려 순이익을 줄이고 싶어하는 경영자도 있을 것이다.

또 차입조건을 개선해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거나 주가를 조작해 차 익을 얻을 목적으로 재무제표를 왜곡하는 경우도 있다.

만일 경영자에게 재무제표를 제멋대로 작성하게 내버려둔다면 이런 이유들로 인해 회계장부의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기업간 실적을 서로 비교하는 것도 어렵게 된다.

따라서 기업 회계처리와 재무제표 작성 때 똑같이 적용되는 기업회계 기준이라는 것이 있다.

이 기준을 준수해 작성된 재무제표는 적정한 것으로 간주되고 주식 투자자나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의사결정 정보로 활용하게 된다.

하지만 기업회계기준을 지키지 않아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으로부 터 부적정ㆍ의견거절 의견 등을 받은 재무제표는 신뢰할 수 없는 정 보다.

■왜 문제시되나
분식회계로 인해 왜곡된 재무제표가 일반인에게 공표된다면 그 피해 는 매우 클 수 있다.

사람에 비유하면 재무제표는 건강진단보고서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정상적인 사람의 최고 혈압은 120~130 정도다.

그런데 과거에는 건강 상태도 괜찮고 좋은 성적을 내던 어떤 야구선수가 최고 혈압이 250까 지 갑자기 높아졌다면 고혈압 때문에 운동선수로서 계속 뛰는 데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에 대한 건강진단보고서가 왜곡돼 정상적인 혈압을 가 진 것으로 보고된다면 아무도 그 사람이 아픈지 모를 것이며 야구단 은 거액의 계약금과 연봉을 주고 그 선수와 재계약할지도 모른다.

결국 그 선수에게 투자한 구단은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기업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재무제표가 왜곡된다면 이와 비슷한 일이 생길 것이다.

투자자들이 엉터리 재무제표를 믿고 기업가치를 과대평가한다면 비싼 값에 주식을 샀다가 큰 손해를 볼 것이고 금융기관은 빌려준 돈을 제 대로 회수하지 못할 것이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해 생산성이 떨어 질 수밖에 없다.

외국 투자자들도 이런 기업에 투자해 손해를 본다면 우리 기업과 국 가 전체를 신뢰하지 못하므로 투자자금을 회수하게 되고 결국 외환위 기와 같은 비운을 다시 맞을 수도 있다.

■분식회계 어떻게 하나
분식회계는 대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리고 부채나 손실은 줄이기 위 해 행하지만 그 수법은 매우 다양하다.

흔히 쓰이는 수법으로는 아직 판매하지 못한 재고자산을 마치 팔려나 간 것처럼 가짜 매출전표를 끊어 매출채권으로 기록하는 방법이 있다 . 이렇게 하면 수익항목인 매출과 자산항목인 매출채권이 실제보다 부 풀려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 있지도 않은 재고를 남아있는 것처럼 꾸미거나 재고자산 값어치를 높게 평가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렇게 하면 비용항목인 매출원가가 줄 어드는 효과가 있다.

회수하기 어려운 부실채권에 대해 대손충당금(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 아두는 돈)을 고의로 적게 쌓아 자산과 이익을 부풀리거나 비용으로 떨어내야 할 부분을 자산으로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문제시된 월드컴도 여러 가지 지출로 처리해야 할 항목을 자 산인 통신설비로 기록해 이익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일상적인 지출을 자산항목인 개발비로 변칙회계처리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수법이다.

이밖에 일부 부채항목을 누락시켜 빚이 적은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가치가 없어진 자산을 장부에서 없애지 않고 옛 가격대로 남아있는 것처럼 꾸미는 방법도 흔히 이용된다.

미국 엔론사는 자회사나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분식회계를 행한 것 이 특징인데 자회사와 반복적인 거래를 통해 매출과 이익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마치 부자(父子)간에 서로 반복적으로 물건을 사고 팔아 장사가 잘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또 특수목적회사를 통해 거액의 부채를 조달했는데 이미 빚아 많아 은행에서 더 이상 차입하기 어려운 아버지가 아들 명의로 돈을 빌린 것과 같다.

결국 과다한 빚으로 인해 그 가족은 파산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을 것 이다.

분식회계로 인한 기업 도산은 다른 이유로 인한 경영실패보다 사회적 인 손실이 훨씬 더 크다.

기업경영에 문제가 있으나 재무제표를 제대로 작성했다면 이해관계자 들은 재무제표를 통해 그 기업의 문제를 알게 될 것이다.

따라서 주주들은 주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주식을 팔 수 있고 금융기 관 등 채권자들도 미리 빚을 회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그 기업은 파산할지 몰라도 조기에 적절한 판단을 한 이 해관계자들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의 파산이 지연 돼 사회적으로 더 큰 손실을 초래하는 사태도 막을 수 있다.

이처럼 분식회계는 한 기업만이 아니라 사회나 국가 전체의 문제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에 고질적인 관행을 뿌리뽑는 데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경호(경영博) 회계연구원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