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실적현황
사장 월급? 총수에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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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 6 시사저널

사장 월급? 총수에게 물어봐!

재벌 오너들' 임원 연봉 최종 결정권 행사…“계열사 지배 도구로 사용”


ⓒ 연합뉴스
삼성·LG·SK 등 주요 그룹은 인사평가위에서 1차로 임원 고과를 한다. 위는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 모습.

대기업 임원 연봉이 도마에 올랐다. 노무현 당선자의 경제 참모인 김효석 의원 발언에서 비롯했다. 김의원은 “재벌 총수들이 경영 성과보다 자신의 의중을 얼마나 잘 받드느냐에 따라 임원들의 연봉을 결정하고 있다. 따라서 상장사 임원 연봉을 공개토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 주장은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소장 김주영)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기업 경영 투명성을 위해 주장해 온 문제이다. 금융감독위원회가 공청회를 여는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연봉 공개 의무화 추진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재계는 임원 연봉 공개를 반대하고 있다. 연봉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비밀에 부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임원 연봉이 공개될 경우 조직 내 위화감이 커지고 노조가 반발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장단 연봉도 성과를 토대로 해서 결정될 뿐 대주주가 직접 연봉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계의 이런 주장은 별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우리보다 더 철저하게 연봉제를 실시하는 미국에서조차 임원의 보수 총액과 보수를 책정하는 기준이나 절차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상장 기업의 임원 보수를 공시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임원은 주주의 대리인이고' 주주들은 각 임원들이 실적에 맞게 합리적인 보수를 받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주주라고 해도 지금은 임원들이 받는 보수 총액만 알 수 있을 뿐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사장 평가 기준조차 없어

위화감이나 노사갈등설도 핑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금처럼 밀실에서 연봉이 결정될 때 오히려 노사 갈등이 더 커지지' 실적에 따라 타당하게 지급된다면 누가 시비를 걸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등기 임원에 대한 인사 평가와 연봉 책정은 객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삼성·LG·SK 등 주요 그룹은 구조조정본부 내에 인사평가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곳에서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사장단에 대한 인사 평가를 수행한다. 가령 삼성그룹은 인재 확보' 경제적 부가 가치' 주가 등에 따라 사장에 대한 고과를 매기고 연봉을 결정한다. 삼성전자 최고 임원들은 연봉이 35억원 이상이다. LG·SK 그룹도 비슷한 방식으로 결정한다. 물론 세 그룹 모두 최종 사인은 총수가 한다. 이 과정에서 총수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심지어 현대자동차그룹은 계열사 사장을 평가하는 인사위원회나 별도 평가 기준이 없이' 총수가 결정한다.

최근 사장단이 대폭 바뀐 신세계그룹 인사에서도 총수 이명희 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2년에 신세계 계열사 대부분은 실적이 좋았는데도 조선호텔을 비롯한 4개 회사 최고경영자가 경질되었다. 재계에서조차 이명희 회장이 정용진 부사장의 경영 승계 체제를 견고하게 하기 위해 젊은 임원으로 교체한 것이라고 본다.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김우찬 교수(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부소장)는 “재벌 총수가 적은 주식으로 모든 계열사를 지배하려면 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어야 하는데 쉽게 놓겠느냐”라고 물었다. 임원 보수 공개 발언을 노당선자의 재벌 개혁 프로그램의 첫 신호탄으로 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