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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미래 알려면 지배 구조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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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12. 2 시사저널 684호

“기업의 미래 알려면 지배 구조를 보라”

코리아펀드 매니저 존 리의 ‘성공 투자 원칙’


존 리(위)는 우량주에 장기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

뉴욕의 펀드매니저 존 리 씨(44·한국명 이정복)는 오늘도 뉴욕 월스트리트 북쪽 파크애비뉴 345번지에 자리잡은 도이체 자산운용회사로 출근한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팩스와 우편 자료를 치우는 일이다. “며칠 출장이라도 다녀오면 앉을 곳이 없을 정도로 자료가 넘친다.” 흔히 펀드매니저 하면 떠오르는 스크린 장치나 3중 모니터 같은 것은 없다. 4평 남짓한 이 사무실이 코리아펀드가 운용되는 곳이다.

코리아펀드는 1984년 처음 만들어진 최초의 한국 기업 전문 펀드이다. 미국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그동안 국내 우수 기업에 투자해 왔다. 전세계 펀드 수익률을 평가하는 조사기관 리퍼(lipperweb.com)에 따르면 코리아펀드는 올해 미국에 등록된 한국 전문 투자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존 리의 24시는 하루 종일 모니터와 씨름하는 일반적인 펀드매니저의 일상과는 다르다. 그는 사람 만나는 것이 일과의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11월14일 오전에도 그는 한국 유력 대기업 고위 임원과 만났다. 그 임원은 기업의 근황을 설명하며 더 많은 투자를 부탁했다. 존 리는 “이런 식의 투자 안내 미팅이 하루에 두 세 건은 꼭 있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서울에서 뉴욕까지 날아가 IR(기업 공개 활동)를 하는 적극적인 기업인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외환 위기 때 거덜…1999년 수익률 214%

존 리의 사무실을 찾는 사람 중에는 브로커도 많다. 나쁜 의미의 브로커는 아니다. 기업과 펀드매니저를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람들인데' 주로 증권회사 직원들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 한국의 한 증권회사 브로커와 담당 애널리스트가 방문한 일이 있었다. 그들은 한 기업에 관해 설명하고 홍보하면서 투자를 권유했다.” 존 리가 그 기업에 투자를 결정하면 브로커는 수수료를 챙긴다.


ⓒ AP연합
위는 뉴욕 증권거래소 모습.

그의 일정 가운데 또 다른 부분은 전략 세미나 참석이다. 그가 속한 투자 운용사 스커더 인베스트먼트는 자주 세미나를 연다. 가령 ‘과연 이라크 전쟁은 일어나는가’라는 주제가 있다면' 실제 이라크 정부 사람을 초청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식이다. 옛날 소련이 붕괴될 때는 소련 정부의 핵심 요직에 있는 사람을 불러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국가·산업 별로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에게 설명을 듣기 때문에 세미나의 수준이 높다. ‘한국 경제의 전망’ 같은 주제에는 그가 직접 강사로 나서기도 한다.

그가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비결은 뭘까. “간단하다. 급등락 뉴스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장기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장기 투자라는 말이 식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1997년 외환 위기 때 달러 현금 없이 100% 주식으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주가 하락과 환차손으로 코리아펀드 규모가 4분의 1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주식을 팔지 않고 버텼다. 주변에서 한국 주식을 팔라는 간접 요구도 있었지만 그는 고집을 부렸다. 2년이 지나 코리아펀드는 214% 수익률을 보이며 회복했다.

그가 외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부실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환 위기 때 나는 뉴욕 강연회에 많이 불려 다녔다. 동작 빠른 미국 바이어들이' 헐값에 한국 주식을 사기 위해 관심을 많이 보였다. 그들은 나를 초청해 한국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한국 경제 낙관' 일본 경제 비관

존 리는 지금 한국 경제에 관한 한 낙관주의자다. 한국은 아시아의 허브' 금융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지금이 대단히 중요한 때라고 판단한다. “월스트리트 사람들은 일본을 비관적으로 본다. 정부와 기업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은 가능성이 있다.” 그는 단 ‘재벌이 다시 옛날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라고 덧붙였다.

존 리는 유달리 기업 지배 구조를 강조하는 인물이다. 그는 한국이 외환 위기를 맞은 원인이 기업 지배 구조에 있다고 본다고 단호히 말한다. “돈을 도저히 벌 수 없는 사업에도 오너의 취향에 따라 투자하는 일이 많았다. 예를 들어 회사 지분을 20%만 가지고 있으면 영향력도 20%만 행사해야지 자꾸 더 욕심을 내면 안된다.” 꼭 참여연대의 주장을 듣는 것 같다. 그는 오너 경영 자체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창업주 가족의 능력을 검증할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코리아펀드를 예로 들며 열변을 이어 갔다. 코리아펀드도 하나의 기업이다. 그런데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는 이사 중에 과반수가 사외이사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내린 조처다. 사외이사들은 코리아펀드 경영진을 굉장히 괴롭힌다. 우리가 뽑은 이사들이 우리더러 돈을 적게 받으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다.”

존 리는 아예 올해 12월부터 기업 지배 구조펀드(KGF)를 새로 만들어 투자한다. 이 펀드의 특징은 기업 지배 구조가 우수한 회사들만 투자 대상에 올린다는 것이다. 명단에 오른 기업에는 KGF가 선임한 인물이 사외이사로 파견된다. 그는 “기업 지배 구조가 좋은 기업이 투자도 잘 받고 성공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기업 지배 구조의 기준은 △배당 정책 △투명성 △이사회의 독립성 △기업과 대주주와의 관계 △지분 상속 과정 △경영권 승계 과정 △대주주 가족 경영인의 능력 검증 시스템 등이다.

일부 언론에서 그의 연봉이 100만 달러(13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그는 “올해는 그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말했다. 요즘 월스트리트에는 구조 조정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요즘 웃기만 해도 잘린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분위기가 엄혹하다. 나는 코리아펀드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되는 것에 만족하는 정도다.” 존 리는 미국에는 나이가 50∼60이 되어도 한 펀드를 운영하는 전문 펀드매니저가 많다며' 자기도 그렇게 늙고 싶다고 말했다.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