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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은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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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은 정당하고 당연하다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위헌 논란에 대해


1. 재정경제부는 1월 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업무 보고에서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상속·증여세의 "완전 포괄주의"를 도입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현행 세법을 일부 보완해 완전 포괄주의를 연내에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는 현재 실시하고 있는 유형별 포괄주의로는 편법적인 재산 상속과 증여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하에서 나온 것으로' 참여연대 조세개혁팀(팀장 : 최영태)이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던 정책이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재경부의 입장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바이며' 이를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한나라당과 재계의 입장이 분명 잘못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2. 한나라당과 재계는 "완전포괄주의"가 헌법의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 위헌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지난 2003년 1월 6일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무엇보다 과세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하는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조세권자가 권력을 남용할 우려도 있다"며 완전포괄주의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상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가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는 그들의 주장은 과세대상을 정하고 있는 여타의 법률에 비추어 형평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에 맞춰 조세법률주의를 운운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3. 완전포괄주의는 무슨 새로운 과세 방식을 도입하려는 것이 아니다. 세금 없는 부의 이전이라는 부당한 특권을 제거해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려는 노력일 뿐이다. 현행 세법은 증여 계약을 통해 자진 신고한 경우가 아니면 증여 사실을 발견하더라도 세법에서 정한 13가지의 형식적 요건 즉' 유형에 맞아야만 과세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재벌들은 이러한 제도적 미비점을 악용하여 편법 적으로 상속·증여를 해 오면서 과세를 피해갔던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특혜"라는 것은 다른 법률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형법의 폭행죄를 예로 들어 보자. 폭행죄의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유형을 따로 정해 두지 않고 있다. 만약 이것을 정해 두었다면 몽둥이로 폭행하면 처벌하고' 신문지를 말아 폭행하면 처벌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이다. 이처럼 유형을 정하지 않고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를 처벌한다"는 형법의 폭행죄 규정에 관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4. 완전포괄주의가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는 재계의 주장이 자의적이고' 형평성에 어긋나며' 오히려 자신의 이익만을 지키려는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폭행죄는 처벌할 수 있는 유형을 일일이 정하지 않아도 되고' 유독 상속·증여세의 경우에만 과세권의 남용을 우려해 과세 유형을 일일이 정해 두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재계는 상속·증여 행위가 있었음이 명백함에도 상속·증여세를 납부하지 않는 것이 정당하고 정의롭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굳이 형법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같은 세법 내에서도 증여세를 제외한 다른 세법에 대해서는 과세가 되어야 하는 유형을 일일이 정하지 않고 있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양도란 자산에 대한 등기 또는 등록에 관계없이 매도' 교환' 법인에 대한 현물출자 등으로 인하여 그 자산이 유상으로 사실상 이전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을 뿐' 양도의 유형을 일일이 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양도소득세도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단 말인가?

5. 형식적인 조세법률주의의 과도한 집착은 유형별 과세로 변질되어 오히려 세법 기능을 무력화시킨다. 무수히 복잡한 거래 형태가 존재하고' 또한 빠르게 변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거래 형태를 세법에 다 열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실질적인 조세정의를 위해 유형별 과세에 집착하지 않고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세금은 누군가 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그만큼 더 내야만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형식적인 조세법률주의에 대한 집착 때문에 재벌의 탈세를 막지 못한다면' 결국 재벌에게는 "탈세의 자유"를 보장하고 서민에게는 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완전포괄주의로 세 부담이 증가하는 부류는 극소수의 재벌에 불과하다. 완전포괄주의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재벌의 탈세를 방지함으로써 대다수 서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6. 과거 유형주의에 집착해 세법 기능을 무력화시킨 사례는 얼마든지 있는데' 비상장주식이나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신종사채를 이용하여 거액의 재산을 증여하였지만' 세법의 유형주의에 의해 과세를 하지 못하고 뒷북만 친경우가 많다. 이미 삼성이나 SK 등 재벌 2세' 3세들의 재산상속 및 증여과정에서 비상장주식을 헐값에 사들여 높은 시세차익을 챙겼음에도 이에 대해 증여세를 물리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삼성 3세 이재용씨가 비상장사였던 삼성에스원'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주식을 싼값에 구입하고 이를 상장 이후 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겼음에도 당시 세법미비로 증여세를 부과 못한 것은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신종사채를 통한 재벌 일가의 변칙적인 부의 세습문제가 계속적인 사회문제로 반복되고 있다. 이미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삼성의 경우 뿐만 아니라 두산그룹 역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한 "부의 세습"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7. 따라서' 완전포괄주의 도입을 둘러싼 전경련 등 재계의 주장은 논의 순서가 거꾸로 되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의 변칙증여를 막을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히고' 그 필요성을 긍정한다면 어떤 정책수단을 통해 변칙증여를 막을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다. 그러나 지금의 주장은 완전포괄주의 이외에 변칙증여를 막을 수 있는 어떤 다른 정책수단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위헌소지 때문에 안 된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는 재산을 증여하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막대한 부를 세습하고 증여하면서도 그에 걸맞는 세금을 유형주의의 한계로 인해 납부하지 못하는 현실과 그러한 유형주의의 한계를 교묘히 이용하는 재벌을 비롯한 일부 세력의 변칙증여는 막아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최근 재계의 반발은 삼성과 현대' SK' 두산 등 국내 굴지의 재벌 3'4세들의 세습과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과정에서 여전히 유형주의의 한계를 이용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반발일 따름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재벌의 변칙증여를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조세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완전포괄주의이다. 그럼에도 위헌 시비를 이유로 현재 완전포괄주의를 반대하고 있는 정당이나 단체' 전문가들은 대신 재벌의 변칙증여를 막을 수 있는 다른 대체 수단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논리는 결국 재벌의 변칙증여를 앞으로도 용인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현재 논의되고 있는 완전포괄주의가 재벌의 편법적이고 부당한 상속과 증여를 막기 위 한 것이라는 점에서' 당사자인 재계가 나서서 완전포괄주의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불완전 한 상속·증여세법을 이용' 그들이 지금까지 누려왔던 특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발버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편집시간 : 2003년01월09일 14:43
이문영 pec@pspd.org
경제개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