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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생산' 휘파람을 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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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처 한겨레신문 날 짜 2003.09.26

자동차 생산' 휘파람을 불어라

‘남북합작 성공사례’ 평화자동차종합공장… <로동신문> 상업광고 게재도 검토중

평양관광길은 결코 하루 아침에 열린 것이 아니었다.

북한 당국과 오랜 기간 돈독한 신뢰를 쌓아온 기업이 있어 가능했다. 북한 당국은 어려울 때 도와준 남쪽 단체나 기업들을 잊지 않았다.
최근 단체로 평양관광이 늘어난 것도 이런 북한의 ‘보은’과 무관치 않다. 평양관광길을 처음으로 개척한 평화항공여행사의 모회사인 평화자동차(사장 박상권)가 북한 무역회사인 령봉총회사와 합영으로 만든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을 둘러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체모델 생산’ 야심찬 구상

공장은 평양에서 서쪽으로 탁 트인 10차선 고속도로를 50여분 남짓 달리면 닿는 남포시 입구에 자리잡고 있다.
2001년 2월 착공해 1년2개월 만에 완성한 이 공장은 북한에서 단일 건물로는 가장 크다는 게 김선규 총사장 서기장의 설명이다. 길이 203m' 폭 90m의 이 공장은 가운데 기둥 2개만으로 전체 건물을 지탱하는 첨단 공법에 의해 지은 건물이다. 연간 1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공장의 전체 면적은 33만평 규모로 앞으로 1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록 지금은 이탈리아 피아트사의 부품을 수입해 승용차 ‘휘파람’과 지프차인 ‘뻐꾸기’를 조립생산하고 있지만 곧 자체 모델을 개발해 독자적으로 생산한다는 야심찬 구상도 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많은 남쪽 기업이 평양과 남포에 진출했지만 건물을 짓다 만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평화자동차 남포 합영공장은 분명 드문 성공사례로 꼽을 만했다.

평화자동차의 성공은 북한 당국의 남다른 관심과 지속적이고 정책적인 지원의 결과이기도 하다.
북한은 올해부터 외국으로부터의 중고 승용차 수입과 수출을 중단시켰다. 국산조립차 평화자동차를 키우기 위해 일종의 우대정책을 내놓은 셈이다.
또 자동차 생산은 낙후된 북한 이미지를 바꿔놓는데도 큰 기여를 한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듯했다.

북한 일반 주민들의 어려운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면 남포공장에서 생산한 승용차들이 대중화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요가 꾸준히 늘어 올 한해만 승용차 뻐꾸기가 300여대 팔려나갔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평양시내 호텔이나 관공서 주차장에서 노란 번호판을 단 승용차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는 판매를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자동차 이름들을 명명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 직원들이나 정부기관' 사회단체에서도 꾸준히 자동차 구입 주문을 하고 있습니다.”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자동차가 많이 팔릴수록 북한 경제재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생긴 수입은 모두 북한에 재투자할 생각이기 때문이란다. 평화자동차쪽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승합차와 소형화물차 시제품을 생산하고' 나아가 버스까지 생산할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대형 광고판 평양시내 주요도로에 곧 설치

남포공장에서 일하는 180여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고객의 입장을 고려해 품질을 개선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공장애' 조국애' 민족애로 으뜸가는 공장을 만들자’ ‘민족이 힘모아 세계로’ ‘설비를 눈동자와 같이 애호 관리하자’ 등 공장 내부 곳곳에 세워져 있는 게시판 구호들은 남쪽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북한은 휘파람을 선전하는 대형 광고판 5개를 이르면 이달 말 공항을 비롯해 평양시내 주요도로에 설치할 예정이다. <로동신문>에 상업광고 게재도 검토 중이다. 물론 휘파람이나 뻐꾸기 자동차를 한대라도 더 팔기 위해서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디지만 꾸준히 변화를 모색하고 있었다.

/ 남포= 글·사진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