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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자동차 산업' `남북 격차` 심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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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자동차 산업' `남북 격차` 심화된다


2003.10.22 | 15:24


[edaily 공동락기자] "미국이 자동차 산업을 통해 다시금 남북전쟁을 벌인다. 그러나 승패는 정반대"

다소 엉뚱한 문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최근 미국 자동차 산업의 양상을 가장 간략하고 적합하게 표현한 내용인 것 같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일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남북의 뚜렷한 차별화 양상을 보이며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캐나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5대호 연안 도시인 디트로이트에 그 모태를 두고 있다. 인근 철강 생산지인 피츠버그와 가깝고 바다보다 크다는 여러 호수들을 배후로 자재의 운송이 손쉽다는 점에서 이 곳은 자동차 생산지로 자연스럽게 급성장한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미국 자동차 업체의 `빅3`가 모두 이 곳을 배경으로 성장했고 디트로이트는 일약 전세계 자동차 시장을 대표하는 도시로 등극했다.

그러나 일본' 독일' 한국 등 외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대거 디트로이트를 멀리하고 남부를 근거지로 정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빅3` 업체들이 모진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 등으로 5대호의 차가운 바람에 휩싸인 대신 외국 업체들은 생산 기반으로 잡은 남부 지역에서 따뜻한 훈풍과 함께 승승장구를 거듭한 것이다.

지난 17일 일본의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 자동차는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신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도요타의 고위 경영진들과 1000여명의 지역민들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도요타에 투자와 인력 고용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남부의 축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본의 3대 자동차 메이커인 닛산은 21일 미국 중남부에 위치한 미시시피주의 캔터 공장에서 타이탄 트럭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 약간의 시차는 있지만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내년에 남부 앨러배마주에 공장을 설립한다.

이미 남부에 자리를 잡고 있는 기업들의 규모도 만만치 않다. 혼다는 현대자동차에 앞서 앨러배마 주에 기반을 잡고 스포츠카를 양산하고 있으며 독일의 BMW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공장 설비를 풀가동하며 생산에 여념이 없다.

반면 디트로이트를 위시한 북부 지역은 정반대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최근 전미자동차노조(UAW)와 4년간의 근로 계약을 새로 맺은 `빅3` 업체들은 오는 2007년까지 13개의 생산 공장을 폐쇄하거나 매각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이로 인해 총 5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남북 격차`는 일선 경영진들에게도 피부에 와닿는 말이다. GM의 리차드 와고너 회장은 최근 도쿄 모터쇼에서 자동차 업계의 남북 격차가 실질적인 문제인 동시에 더욱 확대되고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남북 격차가 발생하는 요인으로 UAW로 대변되는 노동조합이 기존의 `빅3` 업체들에 대해서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데 반해 외국 업체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투자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GM의 존 드바인 최고재무관리자(CFO)는 "노조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과 외국 업체들의 경쟁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미국와 일본 간의 무역 갈등을 없애기 위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직접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는 점도 미국 자동차 산업의 `남북 격차`를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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