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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업체도 중국行…제조업 "패닉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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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업체도 중국行…제조업 "패닉현상"
북경 현대차 2만개 부품 중 중국산이 1만2400개꼴㈜

HJC' 한국산 원·부자재 97년 100% 2003년 40% 2005년 0%중국 진출 한국 기업' “韓國産 안 쓰겠다”…한·중 조달 비중 역전
[조선일보 조중식 기자]현대자동차가 중국 베이징에 합작 설립한 베이징현대기차는 지난해 말부터 쏘나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체 부품의 62%(금액 기준)를 중국 현지에서 조달하고 한국에서 직접 수입하는 것은 38%에 불과하다.

쏘나타에 들어가는 전체 부품 수는 2만여개. 금액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만2400여개 부품이 중국산이라는 뜻이다.

중국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우리 제조업체들이 부품 등 원·부자재 조달까지 급속도로 현지화하면서 심각한 산업공동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제조업체들의 현지 조달 강화는 국내 부품 업체들의 연쇄적인 중국 이탈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 중국 진출 국내 부품업체의 핵심 부품 수출’로 요약되는 우리 산업고도화 전략의 한 축이 현장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현대기차의 경우만 보더라도 45개의 한국계 부품업체가 동반 진출해 주요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원재료업체·부품업체·완제품업체로 이어지는 산업의 수직구조가 통째로 이전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상무부 자료를 분석해보면 올 들어 한국 기업의 1일 평균 중국 투자건수는 12건' 금액으로는 1258만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 투자기업으로부터 국내 산업에 유발되는 혜택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제조업체의 원·부재료 조달 비중은 작년을 기점으로 이미 한국과 중국이 역전됐다. 무역협회가 지난해 3월 중국에 진출한 93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1년 원·부자재 매입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수입과 중국 현지 조달 금액은 각각 23억7000만달러(43.7%)로 동일했다.

그러나 최근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 현지 조달 비중은 44.3%인 반면' 한국은 38.5%에 불과했다.

오토바이 헬멧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HJC(옛 흥진크라운)의 중국 현지 생산법인인 ‘베이징푸룬숭(北京普倫松) 체육용품유한공사’의 경우를 보면 그런 긴박한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푸룬숭은 최근 헬멧 내장재용 섬유인 라이랙스원단 매입처를 국내 섬유업체인 A사로부터 중국 현지 기업인 둥요우쩐즈(東友針織)로 바꾸었다.

국산 라이랙스원단은 야드당 1000~1050원선이지만 둥요우쩐즈의 공급가는 야드 당 700원선. 홍윤기 총경리는 “세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내 원·부자재 조달을 강화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푸룬숭은 97년 공장 설립 당시 한국에서 100% 원·부재료를 수입해 왔다. 6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수입하는 것은 40%로 줄었다. 1년에 10%씩 한국산을 퇴출시켰다는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 푸룬숭의 ‘한국산 몰아내기’는 더 빨라진다. 홍용택 자재 담당 차장은 “내년이면 현지 조달 비중이 80%로 높아지고' 내후년이면 원·부재료 100%를 중국에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현지 조달 강화는 R&D 기능 이전을 촉진시켜 첨단기술의 조기 이전으로 연결될 우려가 크다. 실제로 삼성·LG 등 대기업들은 현지 조달 비중을 높일 뿐 아니라 첨단 분야의 핵심산업도 중국으로 과감하게 이전하고 있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 현지에 통신연구소(베이징)·반도체연구소(쑤저우)·디지털TV개발연구소(상하이)·컬러TV개발센터(항저우)를 최근 1~2년 사이에 잇따라 설치하면서 중국 R&D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중국 현지에 고부가가치 디지털제품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생산할 제품 리스트 속에는 LCD TV·PDP·프로젝션TV뿐 아니라 PDA·포스트PC·디지털 복합제품 등이 망라돼 있다.

LG전자의 중국 지주회사 최만복 부사장은 “한 마디로 앞으로는 한국과 중국의 제품 생산에 시차(時差)가 거의 없어질 것이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최용민 무역협회 동북아팀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서 차세대를 보장할 대체 산업의 기반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자칫 전략이 부재한 제조업체의 연쇄적인 중국행(行)은 국내 산업 기반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중식기자 jscho@chosun.com) Copyrights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