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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경영 새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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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경영 새 물결

[한겨레] 삼성' 삼호' 삼양' 개풍' 동아' 락희(현 엘지)' 대한' 동양' 화신'한국글라스….

40여년 전 국내 10대 기업집단 순위이다. 이 중 현재까지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기업은 삼성과 엘지 두 곳에 불과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개풍' 대한' 삼호'화신그룹은 아예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지난 198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 30대 기업집단을 지정해관리하기 시작한 이후 해체된 기업집단도 대우' 기아' 한라' 한보' 동아 등 적지않다. 재무제표에는 나타나지 않는' 최고경영자의 무분별하고 불법·탈법적인경영스타일' 무리한 설비투자' 지나친 차입경영 등 몰락 이유도 가지가지다.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전세계 기업의 공통 관심사로 떠오르고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에스디아이가 최근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국제기준을충족시킨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내고' ‘지속가능경영’ 대열에 합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속가능경영’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 지속가능성 보고서란=지속가능성 보고서란' 한 마디로 ‘기업이 지속할가능성이 얼마나 높은가’를 나타내 주는 것인데' 환경' 사회' 경제의 세가지 축을포함한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비전과 전략' 조직' 프로그램 그리고 그 성과 등이담긴다. 기업의 재무제표가 매출액과 순이익 등 유형의 가치를 다루는 것이라면'지속가능성 보고서는 환경적 리스크(제품규제 대응' 사업장 관리 등)' 사회적리스크(인권' 노사관계 등)' 관리능력(전략' 조직 등)' 수익창출 기회(기술' 제품'마케팅 등)' 그밖에 기업이 가진 무형의 가치를 다루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이환경 문제에 둔감하거나 인권을 무시할 경우' 또는 건전한 시장경쟁이 아니라로비로 사업을 이어나갈 경우 어느 한순간에 회사 문을 닫게될 가능성이 그 만큼높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 산하 비상근 자문기구로 지속가능성 보고서 작성에 관한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지아르아이(GRI)에 따르면' 12월 현재 미국 인텔'제너럴모터스' 일본 소니' 도시바' 네덜란드 필립스 등 31개국 341개 기업이 이보고서를 냈다.

■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삼성에스디아이는 최근 지아르아이 가이드라인을충족시키는 ‘지속가능성 보고서(Sustainability Report 2003)’를 국내 최초로발간했다. 그동안 환경보고서를 낸 기업은 여럿 있으나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낸곳은 없었다. 이 보고서에는 이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비전과 환경' 사회' 경제측면의 통합 경영전략 및 실행조직(지속가능성위원회와 지속가능경영추진사무국)에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또 환경(바이오 및 저전력 제품 개발 등)' 사회(주주'노사' 협력업체 등과 최적관계 유지 및 사회공헌활동 등)' 경제(사업 비전 및 성장가능성 등) 3대 축의 통합경영전략이 들어 있다. 삼성에스디아이 관계자는“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어지속가능경영을 새로운 경영철학으로 도입하게 된 것”이라며. “현재 테스크포스성격인 실행조직을 공식기구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도 ‘지아르아이 가이드라인 2002’에 맞는 지속가능성 보고서 작업을사실상 완료하고'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정식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박황호 현대차사장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노력과 다짐을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해 사회적책임을 공유하는 유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초일류 지속가능 기업으로 가는발판을 구축하기 위해 보고서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조만간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며' 포스코와 일부 정유사들도 발간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외국 선진기업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의 보고서는 외부 회계법인의감사까지 받지는 않은 초보단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 르노의경우 재무제표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완전 통합해 발간하고 있다.

유재순 필립스코리아 상무는 “지속가능성은 ‘미래 부가가치의 총량’”이라며“불법 대선자금 수사에서 보듯' 우리나라 기업환경에서는 경영의 다른 축인 주주'협력업체'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말하는 ‘경제’ 분야가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3일한국회계학회 학술대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재무보고서에 반영할 수 있는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 hspark@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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