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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천원 시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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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2003년01월08일 제442호

환율 1천원 시대 오는가

달러 약세에 따른 원화 가치 상승 계속될 듯…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한 95년과 비슷

화폐의 가치는 나라의 부를 상징한다. 미국의 힘은 달러로 상징돼왔다. 강한 달러는 강한 미국의 또 다른 표현이다.

한국인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이러한 냉혹한 현실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경험했다.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오직 달러를 벌어들이기 위해 매달리던 때가 불과 4~5년 전의 일이다. 한때는 기업들이 영업보다 외자유치에 더 매달리던 때도 있었다. 달러는 그야말로 힘의 상징이었다.


2003년 이후에도 강세 지속

이런 상황에 변화가 오고 있다. 달러화의 위력이 약해지면서 원화가 살며시 고개를 쳐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유례없는 경기침체에 빠져 있는 데 반해 한국은 수출 호조에 힘입어 건실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어 원화 가치가 강세를 띠는 원고 시대가 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26일 1200원선을 깬 뒤 1월3일 1196.9원까지 하락했다. 2002년 9월 초 1200원대를 넘어선 지 3개월 반 만에 다시 1100원대로 내려선 것이다. 2001년 말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훨씬 크다 1326.1원에서 130원가량 하락했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하락이 관심을 끄는 것은 전문가들이 이를 일시적인 등락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다국적 은행과 투자회사들은 최근 원-달러 환율 전망에서 2003년 연말 환율을 1150~1170원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회사에 따라서는 이보다 훨씬 낮은 전망을 내놓는 곳도 있다. 모건스탠리는 12월19일자 전망에서 1년 뒤 원-달러 환율을 1100원으로 전망했다. 리먼브러더스 역시 같은날 1110원의 전망을 내놨다. 이러한 수치는 한국경제가 주가상승의 거품 속에서 한참 잘나가던 1999~2000년 때의 환율보다 더 낮은 것이다.

외환은행 경제연구소의 유승선 박사는 “일본이 금융부문 구조조정을 시작할 경우 엔화 약세의 영향을 받아 원화도 약세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원화가 강세로 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2.5% 안팎의 성장만 해준다면 세계경제가 일정하게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원화가 약세를 보일 이유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금융권과 기업들은 원화 강세 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강세에 더 힘을 실어주는 것은 세계적인 달러화의 약세다. 유로는 1999년 출범한 이래 2002년 처음으로 연간 단위로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 유로에 대한 달러의 가치는 2002년 15% 하락했으며' 12월 한달 동안만 5.3%가 떨어졌다.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 역시 10% 이상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일선 기업들도 환율 하락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몇몇 대기업은 지난해 말 새해 사업계획을 세울 때 예측했던 환율 전망을 수정하려 하고 있다. 일단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추세가 2003년 이후에도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03년 경상수지 흑자폭이 지난해보다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무역흑자를 계속 유지하고 연간 5%대의 건실한 성장을 계속하는 한 원화 가치가 하락할 요인은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 나아가 원-달러 환율 1천원대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원화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는 경제성장률로 대표되는 펀더멘털과 외환수급 사정이다. 한국경제가 현재 상황을 그대로 유지해간다면 원화 강세의 추세도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 전문가는 “원화 강세 현상이 길면 2년 정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달러당 1천원대의 환율은 한국경제가 외환위기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한국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졸업했다. 하지만 환율 1천원대를 바라본다는 것은 또 다르다. 한국인들이 다시 한번 해외에서 원화의 가치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2003년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달러에 올라선다는 점이다. 한국은 95년에도 1인당 국민소득(GNP) 1만달러를 넘어선 적이 있지만 이는 비정상적인 원화 가치의 평가절상 때문에 빚어진 것이었다. 당시 정부가 1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원화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1만달러를 넘어선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이 늘었음을 의미한다. 경제 회복으로 인한 소득 증가와 원화 강세라는 새로운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막대한 금액의 외환보유고가 쌓여 있다. 2001년 말 1028억달러였던 외환보유고는 2002년 10월 말 1170억달러로' 12월 말에는 1214억달러로 늘어났다.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달러 유입이 증가하는데다 달러 가치 하락으로 엔화와 유로화 표시 채권 가치가 저절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중국 올림픽' 한국경제의 호기


그런 점에서 2003년은 인위적인 원화 강세 상황 아래서 화려한 경제실적을 기록했던 95년과 닮아 있다. 원화 강세' 1인당 국내총생산 1만달러 돌파 등…. 그리고 사상 최대의 외환보유고까지 추가된다.

물론 그때와 지금을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지금은 외환위기 이후의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상황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애써 벌어들인 달러를 해외에서 물쓰듯 쓰고 있는 사실은 비슷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 시대가 한국경제의 완전한 회복을 말하는 것임과 동시에 또 다른 위험의 가능성을 알리는 신호라고 경고한다.

원고 시대를 점치는 것은 약간 이른 감이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완만한 원화 가치의 상승을 얘기하면서도 쉽게 속단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원화 가치의 상승이 하나의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외환은행 유승선 박사는 “한국경제의 동력은 무엇보다 수출”이라며 “최근 수출량과 수출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다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이 2008년 올림픽까지 치르게 돼 있어 한국경제 성장의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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