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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승용차 판매시기 놓고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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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2003. 1. 27

경유승용차 판매시기 놓고 "정면충돌"


"한국산 경유는 품질이 좋지 않다. 경유승용차 판매 시기를 앞당기면 대기오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판매 허용시기는 2006년 이후로 하는 것이 좋다"
이달초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국제오토쇼에서 닉 라일리 GM대우자동차 사장이 한국 기자들에게 한 얘기다. 외국인 최고경영자(CEO)가 한국내 민감한 정책 현안을 이처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유류 품질평가까지 곁들인 것 역시 흔하지 않은 장면이다. 하지만 현재 라일리 사장으로선 정부나 정유사에 대해 "점잖은 배려"를 할 여유가 없다. 경유승용차 허용시기나 방법이 당장 2월중 결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내 1' 2위 메이커인 현대·기아자동차는 2004년부터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차 등은 2005년이나 2006년에 허용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허용 시기가 언제냐에 따라 국내 경유승용차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아반떼XG 클릭 등 경유승용차를 유럽에 수출하고 있는 현대차는 국내에서도 양산준비가 거의 끝났으므로 조기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아직 준비가 부족한 다른 메이커들은 2004년부터 허용될 경우 빤히 눈뜨고 시장을 빼앗길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메이커들은 정부나 시민단체 등을 상대로 치열한 설득공세를 벌이는 등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 입장= 지난 98년 유럽연합(EU)과 맺은 이산화탄소 감축협약에 따라 국내업체들은 수출차 1대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재 1백90g/km에서 2004년 1백65g/km'2009년에는 1백40g/km로 각각 줄이도록 돼 있다.
이같은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솔린 승용차에 비해 30% 가량 적은 경유승용차를 수출주력 차종으로 육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수 기반 없이 무작정 수출차량을 대량 생산할 수는 없다.
정부는 수출메이커의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2004년부터 유로III 기준에 맞춰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기술경쟁력 측면에서도 조기 허용이 바람직하다. 현재 푸조 르노 폭스바겐 벤츠 등의 메이커들은 디젤승용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3l로 1백km를 갈 수 있는 초저연비 디젤승용차까지 개발하고 있다. 일본 메이커인 도요타 혼다 등도 최근 유럽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경영 승용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따라서 내수시장 판매 허용시기를 계속 늦추다간 국내 업체들은 유럽 수출시장에서 공멸할 공산이 크다.

<>GM대우 입장= 경유승용차 판매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배출가스 기술이 유로IV 기준에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는데도 이보다 낮은 유로III 기준에 맞춰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퇴행적인 정책일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 등 많은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다.

특히 한국의 대도시들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분지형태이기 때문에 대기오염 물질이 쉽게 발산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내 경유승용차 판매는 유럽연합이 유로IV를 공식 채택(2005년)하고 국내에 유류가격 조정이 완료되는 2006년부터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시에 초기 시장에서 모든 메이커들이 동등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당국의 책무다.
정유업계가 품질 개선에 나설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서라도 조기 허용은 안된다.
쌍용차와 르노삼성차 역시 시기를 늦춰 유로IV 기준에 맞춰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