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자료
BMW' 한국 자동차 시장 1% 점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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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2003/03/20

BMW그룹 뤼더 파이젠 판매담당 수석 부사장 인터뷰




ⓒ 시사저널 안은주
“한국에서 BMW를 생산하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 우리는 한국 업체가 BMW에 부품을 공급하도록 해 한국 경제에 이바지할 계획이다.”

세계 각국의 내로라 하는 자동차 기업들은 저마다 아시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 어느 시장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BMW그룹은 일찍부터 일본·한국·중국·태국·인도네시아 등에 지사를 두고' 아시아 시장 개척에 공을 들였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BMW그룹 아시아 기자 간담회에서 뤼더 파이젠 판매담당 수석 부사장(59)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1980년대 후반 BMW 일본 사장을 지냈던 그는 그룹 내에서 아시아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BMW의 아시아·라틴아메리카·중동·아프리카 시장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BMW는 아시아에서 28%나 성장했다. 성공 비결은?

BMW의 힘과 철학 가운데 하나는 선행 투자에서 나온다. 우리는 아시아 시장이 성장할 것을 미리 예견하고' 1980년대 초부터 아시아에 투자해 왔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5천대 가량을 팔았지만' 딜러나 서비스센터 등 모든 인프라는 1만대 판매 수준에 맞추고 있다. BMW는 또 항상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각 시장에서 어떤 차가 잘 나갈지를 예측해서 집중 공략하는 식이다. 예컨대 일본에서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작은 ‘미니’가 잘 팔리지만 한국에서는 작지만 고급스러운 차는 경쟁력이 없다. 한국에 아직 미니를 내놓지 않은 까닭이다.

태국처럼 한국에도 BMW 공장을 세울 계획은 없는가?

한국 경제에 이바지하려면 공장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BMW를 생산하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 태국은 수입 관세가 높아 독일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자체 조립·생산이 경제적이어서 공장을 세운 것이다. 한국은 수입 관세가 높지 않아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는 공장 설립보다는 부품을 개발해 한국 경제에 이바지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 가운데 우수한 부품업체를 선정해 BMW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BMW코리아가 매우 놀라운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한국에서 5천대 이상을 팔아' 수입차 시장 점유율 31%를 기록했다.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이다. 하지만 고급차 시장에서 BMW만 그렇게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다른 수입차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 또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입차가 더 많이 들어 가야 한다. 그래야 한국 자동차도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는 다른 수입차와 경쟁하기보다는 한국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BMW의 점유율을 1%대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벤츠나 아우디가 아니라 고객을 우리의 경쟁 상대로 여긴다. 고객을 얼마나 만족시키느냐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믿는다.

일본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에는 현지인 사장이 없는데' BMW코리아만 한국인이 사장을 맡고 있다.

각 지사는 현지인 사장을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BMW의 기업 이념과 철학을 잘 이해하는 현지인 사장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은 눈에 ‘BMW’라는 글자가 새겨진 것처럼 보일 정도로 우리 그룹을 잘 이해하는 한국인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 2003년에도 지난해와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자신하는가?

아시아와 한국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잘 이겨낼 것이다. 게다가 우리 차는 정치·사회적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이들이 선호하기 때문에 경제적 위기가 와도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다.

싱가포르·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