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자료
코로나 이후 모두 곤두박질, 한국 자동차 시장만 성장했다
| 운영자 | 조회수 810
<인사이드경제>는 그동안 잠시 놓고 있었던 글로벌 자동차산업 관련 얘기를 다시 써보려 한다. 지난 3~4년 사이 세계 자동차산업은 '전환기'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해왔다. 주로 4차 산업혁명과 미래자동차 시대로의 전환이 화두였는데, 이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변동 요인이 훨씬 커진 상태이다.


4월에 썼던 코로나와 자동차산업 관련 글들은 주로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겪은 급격한 변화에 대한 것들이었다. 이제는 대유행이 시작된 지 반 년이 지났고, 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에서는 2차 유행에 버금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동차산업 관련 데이터들도 일정한 경향을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쌓이기 시작했다.


상반기 주요국 자동차 판매량


아래 그래프는 올해 상반기 주요국 자동차 내수판매량을 월별로 전년 대비 얼마나 상승하고 떨어졌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중국·미국·서유럽·인도·브라질 등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전년 대비 판매량이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2020년 상반기 전년 대비 주요국 자동차 판매 증감률.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 판매량 자료 출처 :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 인도자동차산업협회(SIAM), 브라질자동차공업협회(ANFAVEA),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미국의 경우 관련 협회가 없어서 현대차 IR 자료에 나타난 미국 전체 판매량을 참조했음. 인도와 브라질의 경우 상용차 제외한 수치임.)



특히 인도의 경우 자동차산업협회(SIAM)가 2분기(4~6월)에는 월별 판매량이나 증감율을 발표하지 않고 분기 전체 평균(-78.4%)만 공개한 바 있다. 인도 자동차시장 거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마루티 스즈키는 물론이고 부동의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차도 4월에 인도에서 단 한 대의 차량도 판매하지 못했다.



아마 4월 판매량을 공개할 경우 '0'이라는 숫자를 기입해 넣었어야 했을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자동차 생산공장만 문을 닫은 것이 아니라, 판매 대리점(딜러)까지도 정부 명령에 따라 영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서유럽과 브라질,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도 다르지 않았다.



모두 곤두박질치는데 한국 시장만 급상승



그런데 2개의 이단아가 있다. 모두가 곤두박질치고 있을 때 정반대의 경향을 보여준 중국과 한국 시장이다. 물론 이 나라들에도 코로나 대유행이 있었고, 다른 나라에 비해서 가장 빠른 2월부터 유행이 시작되어 2월 판매량은 급락했다. 그런데 중국은 4월부터, 한국은 3월부터 오히려 전년 대비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은 겉모습만 비슷하게 보일 뿐 속내를 살펴보면 완전히 다르다. 4월부터 중국 판매량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승용차가 아니라 대형 트럭과 대형 버스 등 상용차 부문이기 때문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가 발표한 자료를 분석해보면, 아래처럼 승용차 부문의 판매량은 4월부터 전년 수준이며 상용차 판매량이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자동차 판매량만 보면 "과연 코로나19 대유행이 왔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대유행이 시작된 2월에 두자리수 하락을 보이긴 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그 폭이 아주 작은 수준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들에서 대유행이 시작되어 판매량이 폭락하기 시작한 3월부터는 오히려 전년 대비 판매량이 늘어난다.



가장 경이로운 수치는 6월이다. 물론 개별소비세 70% 인하(3~6월), 노후차 교체 지원(1~6월) 등의 혜택이 6월말로 끝나기 때문에, 차를 사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6월에 차를 구매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기는 했다. 하지만 위의 혜택이 종료된 7월에도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9.9% 상승하는 등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6월에 기록한 전년 대비 무려 41%의 판매량 증가율은,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관련 통계를 낸 이래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사상 최악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을 때, 한국 자동차시장은 정반대의 기록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별로 상반기 판매량을 보아도 쌍용차를 제외하면 모든 업체가 판매를 늘렸음을 알 수 있다. 전년 대비 기아차와 한국지엠은 14~15%, 르노삼성은 무려 51.3%가 증가했다. 물론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판매량에는 수입차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국내 생산차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만 '이것'을 겪지 않았다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첫 번째로 들 수 있는 것은, 다른 나라에선 다 겪었지만 한국만 '봉쇄(Lock-out)'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한국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았던가? 최근에는 야간에 음식점 취식도 금지하는 등 수도권에 2.5단계를 경험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건 '봉쇄'를 겪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 '봉쇄'는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앞서 인도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공장 가동중단은 기본이고 판매 대리점(딜러) 영업까지 모조리 중단된다. 병원, 전기, 철도 등 이른바 필수사업을 제외하고는 일체의 영업활동이 금지되는 것이 록-아웃, 즉 봉쇄에 해당한다.



미국·유럽·중국의 자동차공장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3달 가까이 휴업을 겪고 있을 때, 전세계에서 한국의 자동차공장만 정상 가동된 바 있다. 휴업이 있었다면 대부분 해외에서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길 때뿐이었다. 자동차 판매와 정비 등 각종 서비스사업도 중단되지 않았다. 타국에선 봉쇄 조치로 차를 사고 싶어도 딜러가 문을 닫아 살 수 없었지만 한국은 달랐던 것이다.



다음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가져온 트렌드의 변화를 얘기해야 한다. 감염병에 대한 공포, 모르는 이와의 접촉 회피는 한동안 유행했던 카쉐어링(Car-sharing)이나 라이드쉐어(Ride-share) 사업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미국의 우버·리프트도 그렇지만 한국 완성차업계도 이제 카쉐어링보다는 돈이 되는 배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대목은 추후 자세히 다룰 예정)



차량 공유를 꺼려하는 풍조, 대중교통 이용과정에서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연스럽게 "자가용이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한국 내수시장 판매가 늘어나는 과정에 소비자층 역시 20~60대까지 전(全)세대에서 고르게 늘었다는 점도 이런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하지만 풍조와 추세는 바뀐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소비자의 호주머니를 얇게 만들었고 자동차 구매 트렌드는 소형차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그 후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점차 SUV와 픽업트럭으로 소비자들의 기호가 변하게 되고, 차량 크기 또한 점점 큰 차를 선호하게 된다.



인류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19 대유행 또한 상당한 트렌드 변화를 몰고 올 것임에 틀림없다. <인사이드경제>는 앞으로 몇 차례의 글을 통해 판매만이 아니라 생산, 연구·개발, 그리고 기존에 많은 논의가 이뤄져 왔던 미래자동차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주요국 자동차 내수시장 판매량의 변화 추이 속에서 한국 시장이 매우 독특하게 움직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성장하는 시장이 하나 더 있다. 아니, 어쩌면 대유행 덕에 성장하는 시장일지도 모르겠다. 과연 그게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