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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가속 페달 밟는 전기차 전환 경쟁, 한국차 미래 걸렸다
| 관리자 | 조회수 869
세계적으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갈아타는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중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 비중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최근 서명했다. 현재 2%대인 그 비중을 9년 뒤인 2030년에 50%로 높인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에 2035년부터 EU 지역 내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10월에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을 완전 중단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급물살을 탄 전기차 전환 경쟁은 100년 넘게 이어져온 내연기관차 시대의 종말을 앞당기는 것으로, 말 그대로 세기적 사건이다. 자동차 제조업 자체는 물론이고 다양한 부품산업 등 관련 후방산업과 시장에 폭넓은 파급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경쟁의 승자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패권을 거머쥘 것이고, 패자는 아무리 과거에 영화를 누렸더라도 도태되고 말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재편된 세계 자동차산업 판도는 다음 100년간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 자동차 업계와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지난 4월 말과 이달 초에 첫 전기 전용차 아이오닉5와 EV6를 출시했다. 현대차는 앞으로 2025년까지 12종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고, 연간 전기차 판매량을 56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기아차도 2026년까지 연간 50만대 이상의 전기차 판매량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차를 국가핵심전략산업 중 하나로 지정해 재정지원에 나서는 한편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확충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전기차 부품 산업 중 배터리 외에는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분야가 없다. 특히 갈수록 중요해지는 전기전자 부품과 소프트웨어 분야는 전문인력 부족으로 뒤처지고 있다. 반면 중국은 정부와 자동차·정보기술(IT) 업계가 똘똘 뭉쳐 지난 10년간 집중 투자한 성과를 토대로 올해부터 세계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 템포 늦은 우리 전기차는 자칫하면 미국차와 중국차의 협공에 짓눌릴지 모른다. 전기차 전환 투자를 대폭 늘리고 이제라도 기술력 업그레이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