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자료
車가 살아야 경제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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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가 살아야 경제도 산다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과 함께 들어선 ‘국민의 정부 ’는 산업정책을 수립하면서 ‘굴뚝’ 대신 ‘정보기술(IT)’을 택했다. 문어발 확장경영의 산물인 ‘굴뚝’은 더 이상 미래 나라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를 한 것은 ‘무너진 벤처신화’ 가 아닌 ‘굴뚝의 저력’이었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위기에서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쳐 준 주역이었다.

그런 자동차산업이 이제는 생사를 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고질적인 공급과잉 속에 날로 격화돼 가는 글로벌 경쟁' 날로 강화되는 환경기준으로 인한 기술개발 부담' 강성 노조로 인한 노사관계 불안 등 사면초가 상태다. 이에 본지는 ‘업그레이드 자동차산업’이란 특별기획 시리즈를 마련' 한국 자동차산업의 현 주소를 점검하고 미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찾아 본다.

◆자동차는 ㈜대한민국의 ‘캐시카우(cash cow)’=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수출은 1624억7100만달러' 무역수지는 103억4000만달러의 흑자였다. 이 가운데 자동차산업은 147억7900만달러 수출에 무려 138억5000만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해 2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 1위 품목에 올랐다.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1%에 그쳤지만 벌어들인 돈은 국가 무역수지를 훌쩍 뛰어넘었다. 벌써 2000년부터 3년째다.

반면 지난해 휴대폰은 96억4000만달러' 가전은 77억5000만달러를 벌어 자동차에 뒤졌다. 대한민국 간판상품으로 공인받은 반도체는 오히려 8억50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자산업이 대부분의 부품과 기술을 해외에서 도입하는 데 반해 자동차는 부품과 기술의 국산화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수출채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이 세계 시장을 상대로 가장 돈을 잘 버는 사업인 셈이다.

◆경제대국의 최고 산업은 자동차=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기업은 단연 ‘도요타자동차’다. 도요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 가장 돈을 많이 버는 회사로 흔들리는 일본 경제를 여전히 세계 2위로 떠받치는 중심축이 되고 있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인 독일의 최고 기업도 역시 다임러크라이슬러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도 제조업 부문에 있어서는 세계 최대기업이다.

오늘날 미국이 금융과 국방' IT로 세계를 지배한다고 하지만 전 세계에 걸쳐 광범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GM은 세계 제조업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한때 세계 경제의 중심이었던 영국은 자동차산업의 실패로 더 이상 세계적인 제조업 경쟁력을 내세울 수 없게 됐다. 이탈리아도 국내 최고 기업인 피아트가 최근 경영난에 빠지면서 국가경제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반면 한때 어려웠던 프랑스 경제는 PSA(푸조-시트로앵)의 꾸준한 선전과 르노의 화려한 부활로 활기를 띠고 있다. 중국도 전 세계 자동차업체가 경쟁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덕분에 ‘제조업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제대국들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의 부침 뒤에는 늘 자동차가 있는 셈이다.

◆자동차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자동차가 제조업' 나아가 한 국가의 경제를 좌우하는 것은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 동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철강 기계 전자 소재 등의 연관산업의 경쟁력은 물론 이를 직접 만드는 노동력의 경쟁력까지 종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날 세계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자동차산업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자동차는 우리나라에서도 단일 품목으로는 가장 높은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99년 산업자원부 자료를 보면 자동차 제조 부문만 고용이 24만명에 이르고 소재 정비 판매 운수 보험 등 전후방 효과가 미치는 고용은 167만명에 이른다.

결국 자동차 대국이 된다는 것은 이와 관련된 연관산업에서도 대국이 됨을 의미한다. 게다가 선진국 경제구조에서 가장 큰 문제인 실업률을 잡는 데도 결정적 기여를 하는 만큼 ‘자동차가 살면 나라가 사는’ 셈이다.
홍길용 기자/kyhong@ned.co.kr